"박민지(IBK기업은행) 언니처럼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벨라루스 태생의 귀화 선수 현무린(19ㆍ세화여고)은 23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키가 작다는 단점 때문에 지명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면서 “흥국생명에 지명된 후 너무 기뻐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눈물도 났다”며 웃었다.
현무린은 22일 진행된 2020~21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2번째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특히 올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률(33.3%)이 역대 최저인 상태서 얻어낸 지명이었다. 아직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잠재력을 폭발시킬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강미선 세화여고 감독은 “외모만 조금 다를 뿐 완벽한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볼 감각이 좋다. 프로에서 체력과 근력, 순발력을 조금 더 키운다면 ‘서베로’(서브+수비 전문 선수)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무린은 2001년 5월 벨라루스에서 유소년 체육 지도자로 활동하던 러시아 출신의 어머니와 벨라루스 현지 대학교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8세가 되던 2009년 어머니와 함께 새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건너왔다.
언어와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새 식구가 된 오빠들이 한국 적응을 도왔다고 한다. 현무린은 “적응 기간이 필요해 1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새)아빠와 오빠들이 책을 읽어주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학생들에게 농구와 배구까지 가르쳤던 어머니 덕분인지 구기 종목에 소질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자 배구부가 있는 세화여중ㆍ고에 진학했다.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 서베로까지 세터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경험했다고 한다. 다만 키(168㎝)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이 약점. 하지만 “키가 더 크리라는 기대는 이미 접었다”고 했다. “확률이 적은 곳에 막연한 기대를 품기보단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게 현무린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선수’로 IBK기업은행 소속 박민지(21)를 꼽았다. 현무린은 “민지 언니도 수련 선수 출신”이라며 “주전은 아니지만 교체 선수로 코트에 들어오면 자기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코트를 나간다. 민지 언니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라며 웃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모국어인 러시아어에도 능통하다. 올 시즌 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23)가 러시아 출신이다. 현무린은 “기회가 된다면 라자레바와도 배구 관련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도 했다.
율리아 카베츠카야 라는 이름을 쓰다 지난해 한국에 귀화하면서 현무린이란 새 이름을 받았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옥돌 무(珷)에 맑을 린(潾)을 썼다. 현무린은 “이름처럼 프로 무대에서도 옥돌처럼 빛나고 싶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