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습지 조성이 철원 이길리 이주대책"

입력
2020.09.23 14:00
강원도 "농경지 매수 비용 받아 이주 가능"
'상습침수' 철원 이길리 이주 대책 나오나

지난달 집중호우로 마을전체가 잠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 국가생태습지를 조성, 주민들의 이주를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강원도와 철원군이 이길리 지역에 국가생태습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정부에 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실질적인 보상을 받아 수해 걱정 없는 곳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생태습지를 활용한 관광자원화 등 또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인 나온 건 주민들의 집단이주를 위한 지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지원금은 최대 1,600만원이다. 현실적으로 건물 10㎡도 짓기 어려운 액수다.

주민들이 21일 서울 청와대 앞 상경집회에 나서 "강원지사와 국무총리, 여당 대표 등 높으신 분들이 찾아와 이주대책을 약속했으나 이후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이들은 지뢰가 나뒹구는 곳을 하루 빨리 떠나고 싶지만 넉넉하지 않은 사정 탓에 또 다시 위험을 감수하는 실정이다.

이럴 바엔 이길리 일대 농경지를 생태습지로 조성하기 위해 환경부 등 정부가 매입, 주민들에게 보상비용을 줘 이주를 지원하자는 게 강원도의 주장이다.

이길리 지역이 1979년 주민들이 정착하기 전 자연습지였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 지역은 두루미 등 철새보호구역과 맞닿아 있어 보존가치도 높다.

강원도와 철원군 입장에선 여러가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결정은 환경부 몫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환경부가 이길리의 습지를 매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정부에 필요성을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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