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당긴 머스크 '완전자율주행의 꿈'…업계는 "글쎄"

입력
2020.09.23 11:38
오토파일럿 소스 코드 개선…사고율 0.3% '자신'
업계,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레벨4' 예상…안전성 검증 필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시범 서비스 공표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데이에서 “오토파일럿 소스코드를 대폭 개선했고,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 베타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엄청난 변화를 진정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머스크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에서 올 연말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두 달 가량 앞당긴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이 경쟁업체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의 오토파일럿 주행 중 사고율은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경쟁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8개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구현하고 있다. 각각의 카메라가 수집한 영상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조합해 3D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한 주행을 제공한다. 타사에서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악천후, 안개, 폭우 등의 상황에서 카메라만으로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센서, 시스템, 배터리 가격 등을 대폭 낮춰 ‘반값’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공개한 원통형 배터리 ‘4680’을 직접 생산해 원가를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이 ‘레벨5’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J3016’ 개정안에서 말하는 ‘레벨4’ 수준이다. 레벨4는 차량제어, 환경인지, 운전반응, 주행능력 등이 모두 시스템에 의해 제어된다. 스티어링휠, 가ㆍ감속 페달 등이 있어 비상시에만 운전자 개입이 가능하다. 반면 레벨5는 스티어링휠이나 가ㆍ감속 페달이 없어 운전자 개입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외에서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고, 최근 미국에서는 오토파일럿 주행 중 음주파티를 즐기는 모습도 공개되는 등 아직까지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적, 사회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아직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사례가 없는 만큼 테슬라가 주장하는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사고 시 책임 소재 부분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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