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공포지수'란 용어가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세에 세계 증시가 폭락했을 당시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한 이후 한 동안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최근 이 단어가 다시 등장하자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포지수가 치솟은 전례가 많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도 정치적 불확성과 맞물린 증시 하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포지수의 정확한 명칭은 '변동성(VIXㆍVolatility Index) 지수'다. 주가가 급락할 때 치솟는 특성 때문에 공포지수란 표현이 더 유명해졌다.
VIX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낸다. 가령 VIX가 20이라면 향후 한달 간 주가가 20% 등락을 할 것이란 예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쇼크가 전 세계 증시를 짓눌렀던 지난 3월 16일 VIX는 82.69까지 치솟았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운 기록(80.74)을 뛰어 넘은 수치였다. 20~30선을 오가는 최근 상황과 비교하면 당시 공포감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3일 VIX는 전장보다 2.35% 내린 26.23을 기록했다.
올 봄 저점 이후 가파르게 올라 온 세계 증시 상승세가 최근 주춤해지면서 VIX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11월 초 미국 대통령 선거란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공포지수 경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KB증권 등에 따르면, 1992년~2016년 사이 총 7차례 미 대선을 앞두고 VIX는 모두 상승했다. 특히 대선 직전인 10월의 VIX는 전달보다 무려 10~20%씩 상승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커지는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세진 대중 압박 등이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상황만 봐도 위험 신호는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VIX는 전날보다 5.63% 상승했는데 이날 S&P500 역시 1.02% 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통 주가가 오를 때 VIX는 하락한다는 상식을 뒤집은 일로, 당시 현지 언론에선 "과열된 주가 상승에 대한 경고음"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일엔 VIX가 전날보다 무려 26.46% 급등한 33.60을 기록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을 말그대로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물론 VIX가 증시의 향방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올해 세계 증시가 위태로운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게 사실인 만큼, 투자자들로선 향후 VIX가 비춰줄 증시 변동성에 주목할 필요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