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베일을 벗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를 만져본 정보기술(IT) 유튜버들과 외신,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부분이 있다. 전작(갤럭시폴드)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된 디자인이다. 전면과 내부 디스플레이가 모두 커지며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사라졌고, 고급스러운 색깔과 마감 처리는 물론 손에 쥐었을 때의 촉감까지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이 다수다. "갤폴드2에 이르러 폴더블폰 디자인이 완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시 이후 매일 반응을 찾아보는데, 다행히 디자인 호평이 많아 안심이 된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이너들을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만났다. 디자인팀은 제품의 색상과 촉감부터 외관, 소재, 디스플레이 넓이, 더 나아가 제품 박스 형태까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조직으로, 갤럭시폴드 시리즈의 디자인팀이 인터뷰에 나선 건 처음이다.
소비자들이 보기엔 1년 만의 급격한 디자인 발전으로 보이지만, 사실 디자인팀의 고민은 수 년 전 폴더블폰이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부터 시작됐다. 기존에 존재하던 형태의 제품이 아니다 보니, 폴더블폰이 어떤 용도로 활용될 지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외관 디자인을 담당한 송준용 프로는 "전작의 경우 '접는 스마트폰'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고려해 '어떻게 하면 폴더블폰을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번엔 전작의 사용성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갤폴드에서 갤폴드2로 넘어가면서 디자인이 개선됐다기보다는, 이전부터 다양하게 연구하고 노력했던 결과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갤폴드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개선 사항은 전면 디스플레이 크기다. 전작에서 4.5인치에 불과해 알림 확인 외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해던 좁은 화면이 이번엔 6.23인치로 확실히 늘어나면서, 기기를 접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각종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내부 디스플레이도 7.3인치에서 7.7인치로 늘어났고, 무엇보다도 오른쪽 상단을 덮고 있던 노치(스마트폰 화면 위 움푹 파인 부분)가 없어지면서 확 트인 느낌을 준다. 송 프로는 "전작 때는 커버 디스플레이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사용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했던 건데, 출시 후 더 큰 화면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어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크기와 형태를 결정하는 데는 셀 수 없는 노력이 깃들었다. 어느 정도 크기와 모양일 때 접었을 때도, 펼쳤을 때도 편하게 쓸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어봐야 했다. 송 프로는 "1㎜, 더 나아가 0.5㎜ 차이로 수도 없이 시제품을 만들어가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작업을 하든 불편한 게 없는지 검증해봤다"며 "이번 제품의 경우 디스플레이로 기기가 꽉 찬 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전작보다 각지고 평평한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서부터 적용됐던 '미스틱 브론즈' 색상도 심혈을 기울여 결정했다. 색상(Color)·소재(Material)·마감(Finishing)을 일컫는 'CMF'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혜정 프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색상으로 정하고 싶었다"며 "미스틱 브론즈는 차분히 일상에 녹아들면서 올해 트렌드에도 맞고, 젠더 뉴트럴(성중립적)한 색상"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갤노트20 시리즈부터 갤폴드2에 이르기까지 미스틱 브론즈 색상은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기술과 소비자의 매개체'다. 나날이 기술은 발전해가지만, 제대로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년에 나올 세 번째 갤럭시폴드 시리즈에서는 더 진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디자인을 찾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송 프로는 "단순히 '개선'한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폴더블폰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제품 기획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들과 끊임없이 협업하며 최적의 답을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