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자가격리자 동선'을 통보해 주지 않는 등 격리대상자 관리를 부실하게 한 부산 북구에 '구상권 청구'라는 강경 대응에 나선다. 행정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타 지자체를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는 국내 처음이다.
23일 전남도와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전 자가격리자인 상태에서 순천 장례식장에서 머물렀던 A씨와 A씨에 대한 관리를 부실하게 한 부산 북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시의 구상권 청구 결정의 배경은 3가지다. △부산 확진자의 자가격리 수칙 미준수△부산 북구보건소의 안일한 격리자 관리 △코로나19에 민감한 순천시민의 여론이다.
실제로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62번과 접촉한 A씨는 16일부터 4일간 순천의 한 장례식장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도와 순천시는 부산 북구가 확진자 동선도 파악 못해 A씨에게 11일이나 지난 17일에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했고, A씨는 통보를 뒤늦게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장례식장에서 3일간 더 머무른 행적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장례가 끝나고 20일 부산 북구보건소에서 부인과 함께 진단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두 사람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는 확진자 A씨가 3일 동안이나 병원에서 머물렀다는 내용과 함께 동선이 겹치는 장례식장 방문자 등에게 진단검사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와 북구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또한 부산 북구보건소는 A씨에게 자가격리 통보를 할 당시에 A씨가 순천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순천보건소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고,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두 번씩 확인해야 하는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다. 시는 부산 북구가 A씨에 대한 자가격리 통보를 제대로만 해줬더라도 초기 방역을 통해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초기 방역에 시기를 놓치면서 순천시는 A씨의 밀접촉자들은 물론 해당 장례식장에 같은 시간대 동선이 겹치는 2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추가 감염 가능성 때문에 물질적ㆍ정신적인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앞선 지난달 4일 순천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순천 4번 확진자도 부산시로부터 자가격리 이관 통보가 누락되고, 이 시기에 지역에서 60여명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던 전례가 있었다.
한 시민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지역경제가 꽁꽁 얼었다가 추석을 앞두고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겨 시민들은 충격에 빠져있다"면서 "A씨와 부산 북구에 강력한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각종 비용 추계 등을 위한 물리적 시간과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종 청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남도와 순천방역당국도 A씨가 친인척들과 식사도 하고 차량 이용도 함께 한 가족들이 많아 확진자 감염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