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F 마스크 착용과 2m 이상 거리 두기 등을 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불허한 종교단체의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역수칙 준수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이 적다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인데, 해당 지자체는 다른 집회 신고가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22일 법원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 이종환)는 부천시와 부천원미경찰서가 한 옥외 집회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부천기독교총연합회가 낸 집행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부천기독교총연합회는 앞서 이달 21일 부천시의회 앞에서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부천시와 경찰은 각각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고 공공의 안녕ㆍ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며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앞서 부천시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0인 이상이 모이는 옥외 집회를 급지하는 집회 제한 고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일정 시간 집회를 마친 후 행진 없이 곧바로 해산한다면, 집회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보인다"며 조건부로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집회 허용 범위를 밝혔는데, 집회 시간(오전 9~11시)과 장소(부천시의회 앞 인도 120m 구간), 참석자 규모(99명 이내), 6가지의 집회 조건이었다. 집회 조건은 △체온 측정과 참석자 명부 작성, 손 소독제 사용 후 집회 장소 입장 허용 △집회 참석자는 모두 K94 마스크 착용 △참석자 명부 2개월간 보관 △참석자용 의자를 2m 이상 거리 두어 배치하고 집회 시간 동안 착석 △집회 종료 후 곧바로 해산 △방역당국과 경찰 조치에 협조 등이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가치와 감염병 예방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국민보건 확보라는 공익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자체장은 시의적절하게 집회의 규모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제한 조치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 근거 등에 의해 분명하게 예상될 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부천시장이 발령한 집회 제한 고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시 전 지역에서 10인 이상이 참여하는 옥외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인데, 집회 장소와 시간, 방법 등을 불문하고 제한 시점도 무제한이라고 정하고 있어 과도한 제한에 해당해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 집회 장소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에서만 집회의 개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덕천 부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는 집회 인원의 배가 넘는 인원이 출동해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무사히 넘겼다"며 "다른 집회 신고가 이어질 경우 방역당국이 다 감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