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면서 댓글 읽고, 게임 켜놓고 웹툰보고... 멀티태스커와 유튜버 위한 'LG윙'

입력
2020.09.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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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휴대폰이 두 개였더라면'이라고 떠올렸던 순간은 의외로 많다. 자료검색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필요한 부분만 따로 메모하고 싶을 때나, 유튜브 영상 또는 스포츠 중계 시청 도중 댓글을 읽고 문자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싶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불편하게 휴대폰 두 대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인내심을 갖고 하나의 휴대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달 14일 LG전자가 공개한 스마트폰 'LG윙'은 소비자들의 이런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겨냥한 야심작으로 느껴졌다. 하나의 스마트폰으로는 어려운 동시작업을 거뜬히 해낼 수 있으면서도, 두 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하고 휴대성이 좋았다. LG윙을 사흘간 직접 사용해봤다.

평범한 첫 인상, 그러나 놀랍도록 편리한 '날개'

익숙한 형태가 아닌 만큼 괴상한 모습일 것이라는 출시 전의 우려와 달리, LG윙의 첫 인상은 매우 평범했다. 그러나 전면 디스플레이를 살짝 힘을 줘 왼쪽 방향으로 밀자 숨겨져 있던 4인치의 보조 디스플레이가 등장, 또 다른 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다가왔다. 'T'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변하면서 두개의 화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LG전자가 개발한 모바일용 초소형 힌지 기술 등을 적용한 '스위블 모드'다.

스위블 모드는 동영상을 활용한 멀티태스킹을 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넓은 화면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친구와 카톡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야구 중계를 틀어놓은 상태로 온라인 채팅에 참여할 수도 있다. 동영상 재생 시 자동으로 세컨드 스크린에 설정 화면이 뜨기 때문에 음향 설정이나 화면 밝기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편했다. LG윙은 전면 카메라를 휴대폰 아래로 숨겼는데, 덕분에 노치나 카메라 홀이 없어 동영상을 볼 때 눈에 거슬리는 부분 없이 원할한 감상도 가능했다.

LG윙은 게이머들에게도 꽤 유용한 제품으로 보였다. 리니지M·리니지2M이나 바람의나라:연 등 다수의 인기 모바일 게임은 '자동사냥' 모드를 제공하는데, LG윙을 활용하면 게임이 돌아가는 동안 다른 작업도 동시에 할 수 있어서다. 실제 메인 스크린에서 '바람의나라:연'을 실행한 뒤 자동사냥 모드를 켜놓고 세컨드 스크린으로 웹툰을 보거나 문자를 보내본 결과 무리없이 두 가지 작업 모두 가능했다. 다만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퀄컴 스냅드래곤 765G로 중고급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 등 고사양 게임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카메라... 화질과 용량이 아쉽다



LG윙은 카메라에서도 특별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최초로 자체 '짐벌(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하드웨어)' 기능이 눈에 띄었다. 짐벌은 야외에서 카메라를 직접 손에 들고 촬영할 일이 많은 유튜버들에게는 '필수템'인 만큼, LG윙만 들고 다녀도 유튜버만큼의 영상 제작이 쉬워진다는 뜻이다. 실제 LG윙으로 야외에서 영상을 찍어본 결과, 다른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카메라의 흔들림을 체감하긴 어려웠다. 다만 일반 동영상 모드와 달리 확대·축소가 안 되고 다소 떨어진 화질은 아쉬웠다.

'듀얼 레코딩' 기능 또한 유튜버에게 적합해 보였다. 전면카메라와 후면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서 자신을 찍으며 동시에 반대편을 소개할 수 있는 기능인데, 기기 하나로 한 번만 촬영하면 두 개의 화면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써드파티 앱 부족은 넘어야 할 벽

다만, 적지 않은 몸무게(260g)는 여성 이용자들에겐 부담스러운 듯 했다. 간편하게 바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태블릿에 버금가는 삼성 갤럭시Z폴드2(282g)보다는 가벼웠지만, 일반적인 스마트폰 무게가 150~200g 사이인 것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무게다. 109만8,900원으로 정해진 출고가도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인 것은 맞지만,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엔 애매했다.

두 화면을 동시에 지원하는 앱은 시급하게 풀어야할 숙제다. 현재로서는 네이버 웹브라우저인 '웨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메인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을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은 드물다. 불행하게도 각 앱 제조사가 LG윙 하나의 모델만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앱을 지원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LG전자 측은 윙 전용 앱 종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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