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나라에선 희망이 사라지고 계층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 최대 화두였다. 애초 흙수저를 물려받은 사람은 절대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부의 계층을 이어주는 사다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절망과 체념이 만연했다. 바로 그 해 월급 168만원을 받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던 흙수저 출신 5년차 경제방송 프로듀서(PD)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억대 월 수입의 자영업자와 임대업자이자 유튜버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최근 주인공인 '신사임당' 주언규(35)씨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차려진 스튜디오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은 22일 현재 10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5월에 개설해 불과 2년여만에 구독자 100만명 고지를 넘어선 것. 재테크 유튜버 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출연한 영상은 누적 조회수가 190만회에 달하며 평균 조회수도 20만회가 넘는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유튜버로 성공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렌탈 스튜디오로 자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온라인 쇼핑몰, 유튜버로 새로운 일들을 시작할 때마다 무슨 계기가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한 것 뿐"이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전했지만 주씨의 첫 번째 성공 포인트로 들렸다. 한 번에 극적인 성공을 바라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비전 있는 아이템은 초보자에게 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신사임당' 유튜브 역시 게임 방송을 비롯해 여러 개의 아이템을 실패한 뒤 찾아낸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1년반 쯤 지나 월 수입 1,000만원 정도를 벌게 되자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돈 버는 법'을 컨텐츠로 만들게 됐다. 그는 "처음에 혼자 말하는 컨셉에서 이후 인터뷰 대상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꾼 것도 채널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한 것이지, 처음부터 시도할 순 없는 포맷"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성공 포인트는 평이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노력'이 그것. 한때 '노오력'이라며 희화화 됐던 노력의 가치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처음 렌탈 스튜디오를 할 때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직장생활과 병행할 때는 한 사흘 정도를 쉬는 시간에 쪽잠 자고 화장실에서 몰래 자면서 일만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빚만 쌓여가는 렌탈 스튜디오를 살리려고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했다. 쇼핑몰마다 홈페이지에 있는 이메일로 개업인사를 하고, 연예기획사나 프로덕션에도 일일이 연락했다. 방송작가들 게시판이나 인터넷 카페, 페이스북 카메라 동호회 등 조금이라도 연관된 곳이라면 빠짐없이 홍보했다. 결국 그런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인 셈이다.
돈을 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소위 '영끌 투자'(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은 투자), '빚투' 등으로 대변되는 최근 주식투자의 흐름에 대해선 경계해다.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 사람은 7% 불과하다는데 주식 투자처럼 실패 비용이 높은 투자처라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 SK에서 개최하는 민간 최대 사회적 가치 행사인 '소셜밸류커넥트 2020'(SOVAC)에 출연해,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를 다룬 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이번에 임팩트 투자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주식은 기업의 영속성을 전제로 투자를 하는데, 요즘엔 특히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오래 전 개발된 전기차가 요즘들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처럼, 기업과 제품의 가치가 상승했을 때 사람들은 사회·환경에 대한 가치를 함께 부여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가 널리 확산되려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먼저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