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안에 설치됐던 64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저장하는 DVR(digital video recorder)의 복원 영상 조작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DVR 조작 관련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다"면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참위는 22일 서울 중구 사참위 18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시 법원에 제출된 CCTV 복원 영상파일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DVR 본체 수거 과정 조작에 대한 증거를 추가 확보함에 따라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VR은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치로, 사고 전후 승객들의 마지막 동선은 물론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 장치다.
사참위가 지난 2014년 8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제출된 CCTV 복원 영상파일을 분석한 결과, 1만8,353개 섹터에서 다른 섹터의 데이터가 복사된 후 '덮어쓰기'된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파일은 세월호 DVR에 저장된 2014년 4월 10~16일 사이 선박 내부 CCTV 영상을 복원한 것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덮어쓰기가 발생한 1만8,353개의 섹터 중 74%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5, 16일에 집중돼 있다. 사참위는 "해당 섹터를 영상 재생할 경우 동일한 에러가 발생하는데, 이는 덮어쓰기에 사용된 소스 데이터와 같은 에러"라며 "이 데이터 사이의 간격에서는 임의의 규칙성이 발견되며, 이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DVR 본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도 증거 조작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해경 및 해군으로 구성돼 선체 내부 수색을 담당했던 현장지휘본부는 지난 2014년 6월 22일 세월호 CCTV DVR 2개를 발견해 인양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사참위가 이날 공개한 '현장지휘본부 문서 정리 현황'에 따르면 2014년 5월 9일 'DVR 인양 후 인수인계 내역'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존재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해군이 그간 밝혀왔던 DVR 발견 시점보다 한 달 이상 앞선 시점이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진상규명 국장은 "이뿐 아니라 세월호 DVR은 뒷면이 5개의 커넥터(64개 CCTV와의 연결선)에 의해 강하게 결속된 상태라 당초 설치됐던 장소에서 분리된 채 발견될 수 없다"며 "하지만 세월호 DVR은 설치 장소에서 1미터를 훨씬 넘는 이격된 장소에서 영상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그러면서 영상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문호승 사참위 세월호진상규명소위원회 상임위원은 "사참위 조사관들은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CCTV 영상 데이터 및 DVR 수거 과정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아냈다"면서 "아직도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과 안전사회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대신해 특검에서 누가, 왜 영상을 조작했는지 밝혀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