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각계에서 앞다퉈 재난지원금을 도로 내놓겠다고 선언했으나 정작 수급자가 기부한 금액은 전체의 0.2%에 그쳤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수급자가 자발적으로 낸 모집기부금은 287억5,000만원(15만7,000건)에 불과했다. 인당 평균 18만3,100원을 기부한 것이지만 이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총액(14조2,357억원)의 0.2%에 불과하다. 신청 마감일까지 미신청한 의제기부금(2,516억원ㆍ58만건)까지 합해도 총 기부금 규모는 2,803억5,000만원(전체의 1.97%)에 그쳐 정부 목표를 한참 밑돌았다. 당시 정부ㆍ여당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2조원 안팎의 기부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고소득자나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분들이 재난지원금의 10~20% 가까이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상위 30%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분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상당 부분 기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은 수급자가 신청 과정에서 기부를 선택하거나 지원금을 받은 뒤 기부하는 ‘모집 기부금’과 지원금 신청 개시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을 하지 않아 기부한 것으로 간주하는 ‘의제 기부금’으로 나뉜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ㆍ사용 마감 결과, 전국 2,216만 가구에 총 14조2,357억원을 지급했고, 현금ㆍ지류형(종이) 상품권 등을 제외한 지급액 12조1,273억원 중 12조656억원(99.5%)이 기한 내 사용 완료됐다. 가구원 수에 따라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지급수단별로는 신용·체크카드 충전금의 규모(9조6,176억원)가 가장 컸고, 해당 충전금이 가장 많이 사용된 업종은 마트ㆍ식료품점(26.3%)이었다. 이어 대중음식점(24.3%), 병원ㆍ약국(10.6%), 주유소(6.1%), 의류ㆍ잡화점(4.7%)이 뒤를 이었다. 매출규모 기준으론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서 신용ㆍ체크카드 충전금 사용액의 63.5%가 소비됐다. 나머지는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에서 쓰였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목 상권과 지역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신종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