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까지 전략 노출 안돼" 눈치싸움 시작
'절호의 기회 vs 코로나 위기' 속 "관건은 가격"
면세점 기업들의 치열한 눈치 자전이 시작됐다. 현재 진행 중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 기업들로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빅4'가 모두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참여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입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세 사업이 최악의 상황인 점을 고려해 인천공항 측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있지만 자칫 경쟁 과열로 이어지면 무리한 베팅을 하는 자충수에 빠질 수 있어서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를 원하는 기업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공사에 면세점 운영 계획을 담은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전날 1차로 진행한 참가 접수에는 주요 기업들이 모두 신청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기업 몫으로 나온 구역은 △2구역(화장품ㆍ향수) △3구역(주류ㆍ담배ㆍ포장식품) △4구역(주류ㆍ담배) △6구역(패션ㆍ잡화) 등 4개 구역이다. 원래는 2월 진행한 입찰에서 선정된 신규 사업자가 운영을 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유찰됐다. 새 주인이 없어 현재는 기존 운영자였던 롯데면세점이 3구역, 신라면세점이 2ㆍ4ㆍ6구역에서 한달씩 계약을 연장해 가며 운영 중이다.
2월 입찰 때와 가장 다른 점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다. 공사는 우선 임대료 예정가격(최저수용가능금액)을 지난 입찰 당시보다 30% 낮췄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2019년 월 여객수요의 60% 이상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매출에 연동하는 방식(영업요율)으로 임대료를 내면 된다. 물건을 판 만큼의 일정 비율만 내면 되는 셈이다.
입찰에 나온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큰 2구역에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임대료가 1,161억원에서 813억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구역 절감폭은 100억~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입찰 성공 시 운영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코로나19 종식 후를 생각하면 입찰 가치가 상당히 높은 조건임에도 기업들이 참여 여부조차도 말을 아끼는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써내기 위해서다. 특히 롯데와 신라는 이번 입찰에서 선정되지 않으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해야 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2월 입찰에서 7구역(패션ㆍ기타) 사업권을 따내 이달 영업을 시작했고, 신세계면세점은 1구역(화장품ㆍ향수)와 5구역(패션ㆍ잡화) 매장을 확보하고 있어 부담이 적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확장 필요성이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얼마를 써내느냐다"며 "입찰에 참여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 자체가 경쟁사가 늘어나는 의미여서 입찰가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면세는 화장품 매출이 엄청나기 때문에 특히 롯데는 지난해 면세점 세계 2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2구역이 욕심날 텐데 전략이 노출되면 입찰 부담만 높아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업들이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제출하면 심사위원들은 사업제안서 60%, 입찰가격 40%로 평가한다. 사업제안서는 큰 차이가 없어 입찰가격이 승부처다. 면세점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위기이긴 하지만 실패 시 10년 운영권을 뺏기는 셈이라 고민이 깊다"며 "그렇다고 무리한 금액을 써내면 공사의 임대료 완화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구역별 입찰 참여 기업 명단 등은 이르면 이날 오후 중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