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은 5.9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에 임하면서 교사 본인이 직접 개발 또는 보유한 자료를 사용하는 비율 역시 20.34%에 그쳤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이런 내용의 ‘COVID-19(코로나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85만7,389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팝업 창과 문자메시지 등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교사들이 교과수업 시 활용하는 원격수업 형태는 EBS수업 동영상이나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45.14%)과 2가지 이상 형식을 섞은 ‘혼합형’(40.9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숙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 중심은 7.98%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5.96%에 불과했다.
혼합형 수업의 경우 과제 수행과 콘텐츠 활용 수업(79.4%)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콘텐츠 활용과 실시간 쌍방향(10.45%), 과제 수행과 실시간 쌍방향(5.59%), 세 가지 모두(5.56%) 등 교과수업 중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잠시라도 하는 경우는 21.6%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100%쌍방향 수업과 일부 쌍방향 수업(8.84%)을 합하면 14.8%"라고 설명했다.
원격수업 자료 제작시 교사 본인이 직접 개발하는 경우는 5명 중 1명(20.34%)에 불과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사이트(21.52%)가 가장 많았고, 출판사가 제공하는 교과서 PDF(15.25%), EBS강좌(14.66%), e학습터 제공 콘텐츠(9.07%) 순이었다.
디지털기기에 미숙한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받을 때, 보호자의 지도가 필수적인 만큼 지난 4월 ‘온라인개학’ 당시 ‘부모 개학’이란 말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실제로 초등학생 학부모 79.67%는 자녀 원격수업에 도움을 준다고 대답했고, 절반가량이 부담을 느낀다(부담스럽다 36.67%·매우 부담스럽다 9.4%)고 답했다. 중고생 수업에 학부모가 도움을 주는 경우는 41.75%에 그쳤고 부담을 느낀다(부담스럽다 29.1%·매우 부담스럽다 6.64%)는 응답률도 낮았다.
원격수업 이후 초등생 38.17%, 중고생 51.38%는 학원 수강으로 추가학습을 한다고 대답했다. 자율학습(초등 31.4%·중고 19.01%)하거나 개인과외(초등9.63%·중고생 10.58%)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추가 학습을 하지 않는다(초등 14.01%·중고생 15.65%)는 학생도 8명에 1명 꼴이었다.
이런 이유로 교사 10명 중 8명은 원격수업 실시 이후 학생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본보 8월 12일자 [단독] 교사 80% ‘학습격차 커졌다’...놀란 교육청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46.33%가 커졌다, 32.67%가 매우 커졌다고 생각한 반면, 변화없다는 대답은 17.64%, 줄었다는 대답은 3.37%에 불과했다.
교사들이 생각하는 학습격차 심화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4.92%)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86%) △학생의 사교육 수강여부(4.86%) 등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흔히 학부모들이 학교 원격수업의 한계로 지적하는 학생-교사간 소통 한계(11.26%)나 질 높은 원격교육 콘텐츠 부족(1.43%)을 학습격차 심화 이유로 꼽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혜자 KERIS 원장은 “초기 인프라 측면에서의 접근성 확보에 머물러 있던 현장의 관심이, 이제는 수업 콘텐츠의 질, 격차 해소 등 질적인 관점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단기 대응이 아닌 온·오프라인 융합을 통한 맞춤형 학습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