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밖에서 겨울나기' 준비하는 사람들

입력
2020.09.22 07:00
12면
식당ㆍ카페 등 야외용 난방기 수요 급증
겨울에도 밀폐공간 대신 야외 선호 기류
전문가들 "일조량 많아야 면역력 좋아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보다 야외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겨울철 야외활동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교차가 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가을ㆍ겨울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밀폐공간 내 비말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등 '추운 나라'의 겨울나기 노하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영국인들이 야외활동이 많은 '코로나19 겨울'을 맞게 됐다"면서 "봄과 여름의 야외활동은 낮이 짧아지는 가을ㆍ겨울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일부 식당ㆍ카페ㆍ술집은 추위 대피 천막과 야외용 가스난방기 등에 투자하면서 '겨울 야외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영국 존루이스 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야외용 난방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2%나 급증했다. 일부 브랜드의 야외용 화로는 일찌감치 품절됐다.

계절이 바뀌어도 밀폐된 실내에서만 생활하기보다 야외활동을 늘리는 게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투자정보매체 시티랩은 "과학자들은 북반구에서 겨울에 독감이 유행하는 건 밀폐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일조량이 부족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박사는 "날씨가 추워져 실내활동이 늘면 코로나19 슈퍼 전파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활동시간이 줄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경계심을 풀면서 전반적인 회복력도 약해진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겨울 야외활동 파트너를 찾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결성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자전거 모임 '굿컴퍼니 바이크클럽'은 겨울에도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모임을 만든 앤드루 베넷은 "추운 날씨에도 모임을 이어가기 위해 후드 티셔츠 등 기획상품 판매로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에 관계 없이 일상적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노르웨이의 '프리루프트슬리브(야외 활동을 즐기다)' 개념과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엔발 샤캄 미 세인트루이스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야외 녹지 공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공공장소로서 활용도가 높다"면서 "사회화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들지만 이는 꼭 필요한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