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협상'의 승자는 트럼프?

입력
2020.09.21 17:00
완전매각 아닌데도 승인... 신뢰 저하
핵심기술은 중국에... 안보 위협 여전
50억弗 교육기금 자랑에 "처음 들어"

"시장 관계자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번 거래를 중국과 바이트댄스의 승리로 본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ㆍWSJ)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미국사업 매각 협상 결과를 접한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완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없다면 아예 금지시키겠다던 호언장담과는 다른 결과란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승인한 미국 기업 오라클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간 합의에 따르면 틱톡 미국사업을 관장할 신설법인 '틱톡 글로벌'의 지분 80%를 바이트댄스가 소유한다.

트럼프 정부는 틱톡 글로벌 지분의 53%를 미국 측이 소유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오라클ㆍ월마트의 틱톡 글로벌 지분은 20%에 불과하지만, 기존 바이트댄스 지분의 약 40%를 미국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앞으로 틱톡 글로벌 기업공개(IPO) 규모에 따라 중국 지분은 3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를 승인하면서 "중국과는 완전히 무관한 회사"라고 주장했다.

겉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국 회사'가 된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구상했던 전면적인 인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했던 해리 브로드먼 전 세계은행 경제전문가는 "신뢰성 문제가 여기에 있다"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깎은 협상이라는 얘기다.

당초 틱톡 사용 금지 이유로 내세운 국가안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라며 만족을 표시했지만, 핵심 알고리즘을 바이트댄스가 계속 소유할 경우 중국 측이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안전문가들을 인용해 "오라클과 미국 이사회가 앱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감독하더라도 틱톡 알고리즘 자체가 바이트댄스 소유라 안보 우려의 원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불만에서도 확인된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서 "중국이 미국인에 대한 개인정보를 계속 수집할 수 있는 어떤 기회가 있다면 그 거래를 지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번 '틱톡 협상'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로로 치켜세운 50억달러(약 5조8,200억원) 교육기부금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가 기부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바이트댄스는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틱톡 글로벌이 밝힌 신규 일자리 2만5,000개의 실체와 이행 계획도 아직은 지극히 불분명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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