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걸린 골이 없었다… ‘4골 합작’ 손흥민-케인 위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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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 06:00


손흥민(28)과 해리 케인(27)이 무려 4골을 완벽하게 합작하며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후 처음 한 경기 4골을 기록했고, 케인은 4도움에 한 골까지 보태 한 경기 5차례의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두 선수 모두에게 ‘인생경기’였던 이 경기를 두고 외신들은 "상대 선수들은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며 극찬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0~21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 선발 출전, 0-1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2분부터 내리 4골을 홀로 집어넣어 팀의 완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이후 해리 케인이 추가골을 보탠 뒤 상대에 한 점을 더 내준 토트넘은 사우샘프턴에 5-2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손흥민과 케인의 찰떡 호흡이 빛난 경기였다. 시즌 전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을 반복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던 호흡이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2분 역습 상황 때 케인이 왼쪽에서 넘겨준 패스를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하며 골 망을 흔들었는데, 이 때부터 케인의 ‘라인 브레이커’ 기질이 계속 빛을 발했다.

후반 2분 또 다시 케인이 상대 수비라인을 허물며 절묘하게 찔러 준 침투 패스를 손흥민이 잡은 뒤, 페널티 박스 내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또 한 번 골 문을 갈랐다. 이 때도 케인은 상대 수비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렸다. 후반 19분에도 손흥민은 비슷한 장면에서 케인의 패스를 또 한 번 이어받아 득점을 기록하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후반 28분 손흥민의 네 번째 골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활약이 더 반가운 건 어떠한 골도 ‘얻어걸린’ 행운의 득점 없이, 철저히 훈련된 장면에서 나온 완벽한 득점 상황이었다. 도와주는 케인이나 해결하는 손흥민이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이번 시즌 토트넘 공격라인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내가 살면서 4골을 넣은 적은 처음”이라면서 “동료들과 케인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곳을 넣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무리는 내 주요 기술이고, 케인의 패스가 좋았다”고 재차 케인에게 공을 돌렸다.

다음달로 예정된 베일의 합류도 호재다. 최근 토트넘 임대 이적을 확정한 그는 아직 무릎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명불허전’ 공격력을 선보인다면 토트넘 공격라인의 옵션은 더 다양해진다. BBC도 "베일이 합류하면 손흥민, 케인과 날카로운 공격진을 형성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고 했다. 시즌 개막전인 애버튼전 패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차 예선에서 주춤했던 모습을 완전히 털어낸 손흥민으로서도 ‘인생 경기’를 넘어 ‘인생 시즌’을 완성할 기회를 맞았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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