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우체국의 기적, 451명 모두 음성…'거리두기'의 힘

입력
2020.09.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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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남우체국이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로 휴관이었지만, 전날인 토요일 늦은 오후 세곡동에 사는 집배원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다른 집배원이 배달할 우편물을 구내 우편물 중간 배송 보관장소에 가져다 놓는 일을 주로 했다. 업무 특성상 다른 여러 집배원과 중간 배송지에서 접촉했고, A씨가 옮긴 우편 등을 통해 주민에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었다. 확진자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어서 직장 내 집단 감염 우려가 컸다. 우체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14일부터 18일까지 등기 우편물 접수를 일부 중단하는 봉쇄령까지 내렸다.

20일 강남구에 따르면 우려와 달리 우체국에선 추가 직원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A씨와 택배 분류작업 등을 함께한 동료 73명을 포함해 우체국 직원 검사 대상자 451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비결은 '마스크'였다. 강남구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역학조사를 해보니 확진자뿐 아니라 직원들이 마스크를 모두 잘 낀 채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우편물과 택배 분류 작업을 하며 호흡이 가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벗지 않은 마스크가 직장 내 집단 감염을 막은 것이다. A씨는 우체국에서 동료들과 모여 간식을 먹거나, 식당에서 동료와 마주보며 밥을 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 전 3~4일 전부터는 출근도 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A씨가 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다며 연차를 내 집에서 머물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 일찌감치 스스로 자가격리를 한 것이 직장 내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끊은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날까지 A씨 관련 감염자는 그의 가족 3명이 전부다. 모두 A씨가 마스크를 벗고 생활한 집에서만 발생한 감염이다. 집보다 여럿이 모이는 직장이 감염병에 취약한 장소라 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감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A씨에 이어 그와 같이 사는 자녀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아이가 마스크를 끼고 간 유치원에서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머무른 원아 20명과 교사 14명 등 34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발생한 집단 감염 나비효과는 심각하다.

강남구 소재 마스크 유통ㆍ수출 업체에선 직원 1명이 지난 9일 처음으로 확진된 뒤 16일까지 2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 32명이 나왔다.

이 업체 정직원수는 6명으로, 전체 직원보다 5배나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직원과 방문자, 그리고 방문자 지인 등을 통해 '3차 감염'이 이뤄졌다. 김정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은 "역학조사를 통해 업무 중 직원의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고, 일부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함께 식사를 해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다루는 업체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발병 규모가 커진 경우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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