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산으로 산으로... 거리두기는 '아슬아슬'

입력
2020.09.20 18:00
답답한 일상 탈출... 전국 유명 산에 등산객 몰려
줄지어 등반하면서 거리두기 안 지켜지기도




맑고 화창한 주말을 맞아 전국 유명 산과 공원이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완화된 뒤 첫 주말을 맞이한 데다, 2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38일 만에 두 자릿수로 감소하면서 야외로 나가 답답함을 털어내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강화된 거리두기와 신규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해 주말에도 외출을 자제해 온 시민들은 이날 탁 트인 산 정상에 올라 파랗게 펼쳐진 가을 하늘을 가까이서 즐겼다. 시내 공원이나 교외 유원지, 산책로 등에도 마스크를 쓴 나들이객들이 선선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일을 보냈다. 그야말로 하늘은 높고 마스크는 필수인 '천고마필'의 계절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이날 북한산 백운대는 등반객들이 몰리면서 '정체현상'마저 빚었다. 정상 부근에선 서로 다닥다닥 붙은 채 줄을 지어 오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정상에 꽂힌 태극기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봉사 동호회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등반객들 스스로 코로나19 감염을 의식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3월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은 67만 5,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 7,085명보다 무려 42%가 늘었다. 통계 범위를 1월부터 3월 18일까지로 넓히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46%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등산을 택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날 백운대 정상 부근 초소에서 만난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원은 “등산객이 늘면서 아무 준비 없이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져 안전사고가 늘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가을 문턱에 접어든 제주 한라산도 백록담을 보기 위해 몰려든 탐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다수 탐방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산악지형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마스크를 벗고 있는 이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아직 주요 밀집 지역에 대해 출입 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강 공원에서는 나들이객들이 통제지역 밖에서 거리두기 없이 모여 앉아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다음 주부터 아침 기온이 15도 선까지 떨어지면서 쌀쌀해지고, 일교차도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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