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주중 美대사 “코로나19, 우한서 억제될 수 있었다”

입력
2020.09.19 00:53
트럼프 '중국 책임론'에 동조하는 모습
1980년대부터 시진핑과 개인적 친분

다음달 물러나는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퇴임 전 중국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비롯해 신장 위구르족 탄압,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민감한 문제를 하나하나 거론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1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한에서 억제될 수 있었던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됐다”면서 중국의 감염병 초기 대처를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발병을 은폐하고 초기에 이를 지적한 의료진을 처벌하기까지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12월 주중 대사로 발탁된 브랜스태드는 1980년대부터 지방 관료였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적 우호관계가 양국 관계를 이롭게 하는 데 기여하지는 못했다고 CNN은 지적했다. 실제 브랜스태드는 부임 당시 ‘중국의 오랜 친구’로 중국 정부의 환영을 받았지만 그의 임기 동안 미ㆍ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이 모든 것을 일으켰다”며 “그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또 “위구르족에 대한 학대, 홍콩과 남중국해에서 그들이 한 일은 세계의 많은 사람을 멀어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ㆍ인도 국경에서의 충돌을 거론하며 “그들이 중립국이었던 인도에 한 일은 정말 문제를 일으켰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지원 여부에 대해선 “2016년 대선 때처럼 대통령이 요청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스태드 대사의 아들 에릭은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공동 모금 위원회인 ‘트럼프 빅토리 2020’의 수석 고문이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아이오와 주지사 출신인 브랜스태드 대사가 아이오와는 물론 위스콘신, 미주리, 미네소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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