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도 코로나도 싫어 '거리두기 축구' 37골 먹은 사연

입력
2020.09.18 15:00
상대팀 선수가 코로나 환자와 접촉했다고
단 7명만 출전…경기장서도 서로 거리 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독일 아마추어 축구팀이 경기에 단 7명만 출전시킨 결과 0-37로 대패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세웠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와 영국 BBC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독일 아마추어 축구팀인 SG 립도르프/몰첸Ⅱ가 그라운드에서 상대 팀과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단 7명의 선수만 출전시켜 지역 라이벌인 홀덴스테트Ⅱ에 0-37로 졌다”라고 전했다. 립도르프/몰첸Ⅱ는 독일 니더작센주 윌첸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 독일 축구 시스템의 11부리그에 속해 있다. 7명은 축구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최소 인원이다.

립도르프/몰첸Ⅱ의 결정은 상대 팀인 홀덴스테트Ⅱ 선수들이 직전 경기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에 나섰던 선수들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감염자 접촉 후 2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립도르프/몰첸Ⅱ은 대회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권할 경우에는 200유로(한화 약 28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터라 자원한 7명의 선수만 경기장에 나섰다. 립도르프/몰첸Ⅱ 선수들은 상대 팀 선수들과 멀찍이 떨어진 채로 경기에 임했고, 홀덴스테트Ⅱ는 약 3분마다 한 골씩 넣으며 총 37골을 쏟아부어 큰 점수차로 승리를 거뒀다.

파트리크 리스토 립도르프/몰첸Ⅱ 회장은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시기에 벌금 200유로는 큰 돈"이라며 "경기에 나서준 7명의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 팀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플로리안 시어바터 홀덴스테트Ⅱ 감독은 "이 경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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