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ㆍ19 평양 남북공동성명 발표 2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교류의 길을 열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 불교계가 항상 함께 해주기 바란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교계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불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불교는 1,700년간 이 땅에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호국과 독립, 민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 국민들 곁엔 언제나 불교가 있었다”며 “남북 교류의 길을 열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 불교계가 항상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계가 그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 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저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8,000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 선언했고, 불교계는 법회를 열고 기도를 해줬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불교계의 협조도 구했다. 문 대통령은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심성으로 녹아있다”며 “코로나에 맞서면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을 아끼고 보듬는 마음을 K방역의 근간으로 삼았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불교가 방역에 앞장섰다. 법회 등을 중단하고 사찰의 산문을 닫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줬다”며 “연등회도 40년 만에 전격 취소했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상황에서 용단이기에 더 고맙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원행 스님은 “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런 때 대통령과 사회 지도자, 불교계가 대중에게 더 낮은 자세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원행 스님은 특히 모두가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는 ‘인드라망’ 사상을 강조하며 “세계 평화와 국민 안녕과 건강, 코로나 종식 그날까지 불보살님께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합장을 했다.
아울러 원행 스님은 문 대통령에게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취지로 조계종 종정인 진제 대선사가 쓴 ‘만고휘연’(萬古徽然) 친필 휘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한 세월 동안 영원히 광명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