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올 11월 베트남에서 개최가 예정된 한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진화한 신남방정책을 선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보건 위기 상황을 양 측이 공동으로 극복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발전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강 장관은 18일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진행된 현지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청와대 경제보좌관 회의를 중심으로 신남방정책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며 "발표 시기는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전환되더라도 업그레이드 버전 발표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개최국인 베트남 정부가 대면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신남방정책 업그레이드 버전은 코로나19 사태로 중요성이 증가한 보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한국 정부는 한국산 진단키트를 아세안에 보급하고 이를 통해 경제 교류도 활성화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아세안 내에서 이미 정상급으로 격상시킨 한국-메콩국가 회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메콩 5개국이 원하는 보건 수요 등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며 "해양 아세안 국가들과의 소규모 다자 협의체를 만드는 작업 역시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베트남 신속입국 절차의 제도화 논의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전날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이날 판빈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국인에 대한 별도의 배려와 절차 수립을 요청했고 베트남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한국과 베트남 보건당국의 마지막 조율 작업이 끝나면 격리 기간 축소와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의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현재 진단키트 부족과 격리시설 포화로 해외에 거주 중인 자국민 대부분을 귀국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에게만 특별 예외 입국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면 자국 내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일단 베트남 상황을 주시하며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시대에서도 베트남과 한국의 우호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 역시 문 대통령을 베트남에 반드시 초청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또 "푹 총리 등 베트남 최고위층이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늘려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을 특별히 배려하겠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어 양국 경제 교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간담회 일정을 끝으로 귀국 길에 올랐다. 그는 "금명간 한국과 베트남 차관급 전략대화 일정도 잡을 생각"이라며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한국인 입국 등 남은 이슈들을 잘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