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도 손혜원도...이해충돌 논란 끊이지 않지만 법안 처리는 '하세월'

입력
2020.09.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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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를 지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위원으로 6년간 지내는 동안, 친인척 명의 건설사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으로부터 400억원 가량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철저한 수사로 이해충돌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피감기관들이 뇌물성 공사를 몰아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낸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 목포시 지역 개발 비밀 자료를 취득해, 친척이나 보좌관 등과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2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목포 부동산 매입에 앞서 목포시로부터 제공받은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손 의원이 업무 중 알게된 비밀이라고 봤다.

21대 국회가 시작한 지 불과 석달이 지났지만 20대 국회에 이어 또 다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로 연일 소란스럽다. 국민을 대표해 입법에 나서라고 달아준 '금배지'를 자신이나 가족, 지인들의 사적이익을 위해서 사용했다면 이해충돌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례 외에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국회 정무위원 재직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외교통일위 소속으로 이날 민주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홍걸 의원 역시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 보유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중 보좌관이 군에 민원성 전화를 했다는 주장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해충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매번 국회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정작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입법 논의만 무성할 뿐 수년째 진전이 없다. 공직자윤리법에 '공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선언적 조항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19대 국회 때인 지난 2013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정부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하지만 그간 통과된 부정청탁금지법에서는 이해충돌 관련 조항은 빠지고 '공직자는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만 들어간 상태다.

21대 국회 들어 정부가 6월 25일 발의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7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법안은 △공직자의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 △고위공직자의 임용 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의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직무 관련 외부 활동 제한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제한 등 여태 제기된 이해충돌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해충돌과 관련한 의원들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여야가 이를 둘러싼 '네 탓' 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 이제는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18일 논평을 내고 "박 의원의 의정활동과 개인적 재산과의 이해충돌이 5년 가까이 제대로 감시되지 않았다"며 "이해충돌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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