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사중주단 '아벨 콰르텟'에서 활동 중인 첼리스트 조형준. 그와 늘 함께한 곡이 있다면 바로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작품번호 956)다. 그가 독일 베를린, 드레스덴에서 보낸 유학시절, 여러 음악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음악적 열정을 공유했던 순간, 그리고 콰르텟 일원으로 활동 중인 지금 무대 위에서 늘 붙어다니는 작품이다. 조형준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아름다웠던 순간들로 나를 데려다주는 음악"이라고 했다.
슈베르트는 1828년에 이 곡을 썼다. 그의 나이 서른 한살 때로, 슈베르트가 불꽃 같았던 인생을 마무리하기 불과 두 달 전에 쓴, 유작에 가까운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은 슈베르트 사후 20여년 동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이야 실내악의 수작으로 꼽히지만, 여러 사정 끝에 이 곡은 정작 1850년이나 돼서야 초연됐다. 악보의 정식 출간도 3년 뒤에야 이뤄졌다.
1ㆍ2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는 콰르텟(4중주)에 첼로 한대가 추가된 퀸텟(5중주)은, 저음부를 담당하는 첼로의 보강 덕분에 중후한 음색이 매력적이다. 조형준은 "서른 초반의 슈베르트가 어떤 감정으로 작곡을 했을지, 그의 가까운 지인으로서 작곡가 사망 이후 20여년이 지나서야 처음 노래를 들을 땐 어떤 심정일지 상상하며 듣다보면 50분에 달하는 길이도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유수의 콰르텟, 첼리스트의 협주 가운데 조형준은 알반 베르크 콰르텟와 첼리스트 하인리히 쉬프, 아마데우스 콰르텟과 첼리스트 윌리엄 플리스의 연주를 추천했다. 특히 전설적인 현악4중주단으로 불리는 아마데우스, 줄리어드, 이탈리아노, 올란도, 보로딘 콰르텟 출신 거장들이 한 데 모인 공연도 꼭 한 번 경험해 볼 것을 권했다.
조형준은 "수십년간 콰르텟 연주자로 살아간 거장들이 백발 지긋한 나이에도 여전히 활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영역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