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19ㆍCJ대한통운) 김성현(22ㆍ골프존) 등 신예들의 등장에 활기를 얻은 2020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후반기 가장 뜨거운 선수는 김한별(24ㆍ골프존)이다. 지난달 헤지스골프 KPGA오픈에서 생애 첫 코리안투어 우승을 거머쥔 뒤 2주 뒤 메이저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 우승트로피까지 품었다. 현재까지 치러진 7개 대회에서 최근 2개 대회를 연속으로 석권한 그가 오는 24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리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쓰게 된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00년 최광수(60) 이후 약 20년 2개월간 누구도 쓰지 못한 기록이다.
김한별은 17일 경기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에서 가진 본보와 인터뷰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 도전에 큰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이란 게 뭔가를 가지려고 한다고 다 가져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며 “충실히 내가 할 몫을 해 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본에 충실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시즌 시작 전까지 그리 주목을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루키 시즌이던 지난해 명출상(신인왕)을 놓치며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반전의 계기는 시즌 초반 충남 태안군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오픈이다. 당시 그는 연장 승부 끝에 이수민(27ㆍ스릭슨)에게 우승을 내줬는데, 패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정상 문턱까지 간 강력한 우승후보의 모습이었다. 이를 깨우쳐 준 건 ‘무서운’ 친형들이다. 3형제 가운데 막내인 그는 “여느 형제들처럼 때리고 투닥거리며 성장한 사이지만, 준우승 이후 형들이 ‘우승 너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줬다”면서 “항상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조언을 해준 게 고마워 최근엔 두 형에게 용돈을 두둑이 챙겨줬다”며 웃었다.
총상금 1억원을 조금 넘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굵직한 대회들을 여럿 남겨두고도 약 4억1,770만원의 상금을 쌓았다. 상금과 제네시스포인트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김한별은 평균타수(2위) 등 다관왕 가능성도 크다. 올해 이 같은 활약의 비결을 묻자 그는 “지난해보다 실수를 줄인 게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히 비거리 등을 보완하진 않았고, 그린 주변에서의 벙커샷과 어프로치를 보완했다”며 “위기관리가 잘 된 점이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 시즌 스타로 떠오르며 골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이력은 골프를 시작한 나이다. 대체로 초등학교, 이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골프채를 잡아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 닦은 이들이 많지만 김한별은 중학교 1학년 때에서야 골프를 시작했다. 중ㆍ고등학교를 오가며 영어를 가르친 아버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당시부터 골프를 즐겼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김한별은 “부모님도 골프를 배우러 가신 길에 나도 따라가 재미를 붙였다”면서 “이전에 했던 운동은 수영이나 태권도 정도였지 이전까진 골프의 ‘골’자도 몰랐다”고 했다.
늦게 골프를 시작하고도 단기간에 국내 정상급으로 성장한 비결을 묻자 그는 ‘밀도 높은 연습’을 꼽았다. 김한별은 “골프에서 구력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구력이 많다고 무조건 더 잘하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같은 한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쓰는 사람에 따라 성과가 다르듯 한 번 연습할 때 내 장단점을 신중히 파악해가면서 운동했다”고 말했다. 키 181㎝에 75㎏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그는 “체중을 비롯해 몸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차 해외 무대까지 두드려 볼 계획이다. 롤모델은 최경주(50ㆍSK텔레콤)다. 김한별은 “최 프로님도 (나처럼)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셨는데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온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실제 최경주도 골프장 하나 없던 전남 완도군에서 태어나 수산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한별은 “나중에 해외투어 기회가 된다면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고, 더 나아가 우승까지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