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역대 통일부 장관 중)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통일부 장관들을 만나서다. '선배'들 앞에서 몸을 한껏 낮춘 것이다.
이 장관은 서울 한 호텔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9명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장관은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단숨에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조바심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는 단단한 마음으로 임해왔다"고 했다.
이 장관은 올해 7월 취임 후 첫 출근길에 "역대 통일부 장관 중 최고는 아니어도 두 번 째로 잘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했다. 17일엔 '다른' 얘기를 했다. "오늘 선배 장관님들을 뵈니 말을 바꿔야겠다.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선배'들은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통일부의 전신 국토통일원 장관을 지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특히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 얼마나 활동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다. 북미 관계부터 북한 지도자의 심기까지, 외부 변수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통일부 장관의 어려운 처지를 언급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 대선 이후 정세를 봐야겠지만, 식량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는 문제다. 식량 지원에 대한 계획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맞춤형 충고도 했다. "북쪽에서는 적게 주면 안 받는다고 할 것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40만~50만t씩 (식량을) 제공했던 적이 있었고 비료도 20~30만t씩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그 정도는 기대하지 않겠나."
간담회에는 손재식ㆍ이세기ㆍ강인덕ㆍ임동원ㆍ박재규ㆍ홍용표ㆍ조명균 전 장관도 참석했다. 이 장관 전임자인 김연철 전 장관은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