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노래방을 위한 항변

입력
2020.09.18 18:00
22면
공공 안전 위해 문 닫으라고 강제해 놓고  
범법자 취급하며 금전적 보상은 나 몰라라 
통신비 2만원보다야 우선순위 높지 않겠나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망했습니다’로 시작되는 신촌 한 코인노래연습장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코로나19 시국에 ‘망한’ 업체가 한 둘이 아닐 텐데,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이어지는 문구가 이랬다. ‘정부가 문 닫으라고 합니다. 정부 믿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문 닫았습니다. (…) 50일 동안 임대료, 전기세 등 고정비용이 장난 아닙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대출금 갚으려고 다시 열심히 해보려 했습니다. 또 닫으랍니다. 폐업이 아니라 진짜 망했습니다.’ 이 현수막을 내건 박진실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소연했다. “제가 운영을 잘못해서 망하는 거라면 참담한 마음으로 접겠는데 그냥 억울했다”고.

2주간의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끝에 다시 2단계로 완화된 지 1주일이 다 되어 간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를 유지했지만 경제활동이 멈춰선 상황에서 마냥 틀어막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찾은 불가피한 절충점이라고 이해한다. 한동안 저녁 9시면 선택의 여지 없이 집으로 향하던 사람들은 다시 식당에, 술집에, 커피숍에 모여들고 있다. 여전히 어렵지만, 업주들은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2단계가 됐지만 저녁 영업 재개는커녕 아직 낮 시간조차 문을 열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뷔페, 유흥주점, 단란주점, 실내집단운동시설, 무도장(콜라텍), 그리고 노래방이 그렇다. 모두 11개 업종이다. 뜯어보면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뷔페는 고객들이 이리저리 음식을 휘젓고 다닐 수밖에 없고, 유흥ㆍ단란주점은 비좁은 공간에서 술잔이 오가고, 무도장에서는 사람들이 몸을 부대낀다. 노래방은 어떤가. 밀폐된 공간에서 줄곧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니 비말(침)이 튈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분명하다.

그래도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의 집합금지가 방역 차원에서 아무리 타당한 조치라 해도, 이들을 범법자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씨의 말마따나 그들은 되레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나라가 시키는 대로 강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지역 코인노래방의 경우를 보자. 지난 5월22일부터 7월 10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50일간 영업이 중단됐다. 잠시 문을 다시 열었지만 8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18일까지 또 한 달이다. 5월 이후 영업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수입이 없는데 임대료니 전기료니 꼬박꼬박 빠져나가니, 폐업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교회 소모임이나 집회는 금지를 해도 신앙과 신념에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이지만,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생계 위협으로 이어지는 업종 집합금지는 양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을 열지 못하게 강제를 해야겠다면, 정부 조치를 따르는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는 게 당연하다. 정부가 공공개발을 위해 민간 땅을 수용할 때도 보상을 한다.

노래방의 경우 2차 재난지원금이 200만원씩 지원된다지만, 이들이 문을 닫은 기간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그나마 노래방은 낫다. 유흥주점과 무도장은 아예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이유인데, 그렇다 해도 이들은 그동안 국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을 허가해 준 곳들이다.

고위험시설에 대해 자물쇠를 거는 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에 합당한 최소한의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 재정은 그럴 때 써야 한다.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피해계층 선별 지원을 택했으니 더더욱 그렇다.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털어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주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타당한 일이지 않겠는가.

이영태 뉴스룸3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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