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세치 혀에서 나오나"... 끝내 폭발한 추미애

입력
2020.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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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여야는 민생 현안은 외면하고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공방에 매달렸다. 국민의힘은 그간 나온 의혹을 재탕삼탕 반복했고, 추 장관은 따박따박 반박하다 결국 감정적 모습을 보였다.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일인 이날 추 장관을 국무위원 답변석으로 불러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이 군에 민원 전화를 걸었는가'를 비롯한 기초 팩트 체크부터 다시 했다. 1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이어 비슷한 질문에 거듭 시달린 추 장관은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다. 대정부질문과 상관 없는 내용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최 의원이 비슷한 질문을 이어가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처럼 질문을 하시려면, 많은 준비를 해오시면 좋겠다”며 면박을 줬다. “아픈 기억을 소환해주신 의원님 질의에 감사 드린다”고도 했다. 군 복무 중 무릎 수술을 한 아들, 식당 창업에 실패한 장녀를 소재로 한 야당 공세를 비꼰 것이다.

추 장관은 14일엔 자세를 낮추려 애썼다. 과거 자신의 "소설 쓰시네" 발언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공격적 스타일이 여론을 등돌리게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야당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한 의혹 제기에 결국 폭발했다. 답변 중간에 야당 의석을 쏘아 보거나, 허탈한 듯 웃기도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군 민원실에 전화한 적 없다는 말에 책임질 수 있나”고 또 다시 묻자 추 장관은 “어떻게 책임 질까요. 의원님의 억지는 나중에 책임 지겠나”라고 받아쳤다. 이어 “저는 무한 인내로 의혹들을 참고 있다. 몇 달 동안 부풀려온 억지와 궤변에 (야당은) 어떤 책임을 지시겠나”고 역공했다. 야당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추 장관은 답변석에서 내려가면서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 장관은 가족을 향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참으로 고맙다. 평범하게 잘 자라주고 엄마 신분에 내색하지않고 자기 길 헤쳐나가고 있어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21대 국회의 첫 번째 정기국회에 이 문제가 온통 다른 주제를 덮어버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고도 했다.

추 장관 공방으로 얼룩진 대정부질문에 대한 자성의 발언도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야당이 추 장관 가족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어 국민에 송구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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