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아들 특혜 의혹 두고 벌이는 前카투사들의 진실 게임

입력
2020.09.19 09:00
당직병 현씨 VS 서씨 중대 동료 중 누구 말 맞나
2017년 서씨 휴가 처리 둘러싼 5가지 쟁점 정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서씨 휴가 관련 논란의 핵심인 2017년 6월 25일. 그 날 당직사병이었던 현모씨가 서씨의 휴가 처리를 두고 여러 의혹을 주장하며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서씨와 같은 시기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몇몇 동료 병사들이 현씨의 주장을 반박하며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당시 부대에서 서씨의 휴가 문제와 관련해 현씨와 서씨 동료 병사들의 의견이 어떻게 엇갈리는지 정리해 봤다. 단 동료 병사들은 모두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익명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① 휴가 복귀 문제, 25일 밤에 알았다?

현씨는 서씨가 2017년 6월 23일 휴가에서 복귀해야 했지만, 25일 밤까지 복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본인이 당직을 선 그날 상황 파악을 했고, 서씨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서씨가 '집이다'라고 말해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틀(23~24일) 동안 부대 사람들이 서씨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점을 몰랐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씨의 동료 병사들은 23일부터 부대에 특이 사항은 없었고, 25일 부대가 떠들썩했다던 현씨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동료 병사였던 B씨는 14일 인터뷰에서 "현씨 주장대로라면 (서씨가) 무려 3일째 복귀를 안 한 셈인데, 그럼 23일 당직병이 미복귀 여부를 제일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며"제가 (얼마 전) 당시 인사과 당직을 섰던 인원들이랑 사실 확인을 해 보니 23일과 24일에 당직을 섰던 인사과 인원들은 미복귀 관련 내용을 기억하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다면 다들 기억을 할 것이고, 지금처럼 서씨 부모님의 직업을 인지하는 상황이었다면 뚜렷이 기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뉴스공장에 출연한 C씨 역시 "25일 저녁까지 (휴가 미복귀를 모른다는 건) 부대 시스템 상 불가능하다. 23일 저녁 당직병이 알아야 하고, 다음 날(24일) 아침에 인수인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투사가 주말인 24일에 점호를 하지 않아 25일에 서씨의 미복귀를 알았다는 현씨 주장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 저희가 점호를 안 한 것뿐이지, 인원 체크는 확실하게 한다"며 "(카투사는 주말 점호를 안 해 모를 수 있다는 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② 상급부대서 갑자기 서씨 휴가 처리 지시했나?

현씨가 특혜 의혹을 주장하는 건 자신이 당직을 선 날 얼굴을 모르는 상급부대의 상급자가 자신에게 서씨의 휴가 처리를 지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씨는 "갑자기 처음 보는 지역대 장교가 와서 '미복귀'가 아닌 '휴가 처리'로 보고하라고 해 당황스러웠다. 현장에서 미복귀가 전혀 보고가 안 된 상황이라 누군가 해당 장교에게 별도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료 병사들은 "현씨가 당시 장교의 얼굴을 알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미군 부대는 미리 승인을 받지 않아 출입증이 없는 인원은 들어올 수 없다"며 "지역대까지 도보로 3분 정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부대가 좁기 때문에 (장교의) 성함은 몰라도 얼굴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씨는 선임병장이었는데, 사단본부장대에서 근무하는 선임병장, 시니어 카투사들은 지원 장교의 얼굴을 알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C씨도 "(현씨가 해당 상급자의) 얼굴을 모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현씨가) 인사과 선임병장이면 일단 부대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다. 지역대랑 인사과가 꽤 가까워 상대의 얼굴을 모르는 건 힘들다"고 했다.

③ '야식 장부'로 미복귀 처리 막으려고 했다?

현씨는 서씨가 오후 10시에 복귀해도 자신이 미복귀로 처리되지 않도록 '야식 장부'에 기록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카투사 부대 특성상 불규칙한 근무로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근무자들은 미리 야식 장부에 적으면 식사를 마친 뒤 늦게 부대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씨의 동료병사들은 "현씨의 이같은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손사래를 쳤다. B씨는 "식사를 못하는 병사를 위해 누가 몇 시에 야식을 시켜 먹었는지 보고하는 '야식 장부'란 체계가 있는데, 야식 장부는 (야식을 먹기 전에) 먼저 기입을 해야 한다"며 "'야식 장부로 넘어가도록 내가 상황을 해결해 볼 테니 지금 들어오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야식 장부와 휴가 복귀 장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C씨도 "영창에 갈 사안이다. 야식 장부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④ 현씨와 서씨, 친한 사이였나?

동료병사들은 현씨와 서씨가 친한 동료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현씨가 서씨 휴가 처리에 문제가 없도록 서로 도와 줄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예 두 사람의 소속 편제가 달라 친분을 쌓을 사이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군군 편제상 미8군 한국군지원단 사단본부중대인 것 같지만, 미군 편제상 현씨는 '알파' 중대 소속이었고, 서씨는 '배틀' 중대 소속이었다.

서씨와 같은 배틀 중대 소속이었다고 밝힌 C씨는 "미군 편제가 달라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평소 생활에 대해 서로 잘 알지 못 했다"고 말했다. B씨도 "만약 이 둘(서씨와 현씨)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군령을 어기면서까지 도와주는 긴밀한 관계였다고 하면 (현씨의 주장이) 맞겠지만, (둘이) 그런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⑤ 서씨 휴가 일수는 이례적?

현씨는 서씨의 어머니인 추 장관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휴가를 장기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6월 23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19일간 휴가를 썼는데 또 휴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한국군 지원반장이 회의에서 공식 반려했다"며 "(서씨 같은 휴가 연장 사례는) 단언컨데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료병사였던 A씨는 "서씨의 휴가 일수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9일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씨의) 휴가 일수 58일 중 병가를 제외하면 36일인데, 이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일반 육군이 (확보한) 휴가 일수에 시니어 카투사의 위로 휴가나 상점 포상이면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일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의 병가 처리에 대해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라며 "맹장염에 걸렸던 분도 병가 처리를 받아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병가 자체에 대한 특혜를 따져 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추 장관 아들의 경우 무릎 수술로 인한 병가로 기억을 하는데, 이미 다친 상태에서 입대를 했고 병가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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