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단결투쟁' 머리띠 맨 곰돌이들

입력
2020.09.17 18:00




노점상들의 생존권 투쟁 집회에 '단결투쟁' 머리띠를 맨 인형 시위대가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정 때문이다.

서울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는 17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 기간 대대적인 노점 리어카 단속을 벌인 마포구청을 규탄하기 위해 구청 앞에서 집회을 열었다. 해당 기간 영업이 금지되면서 평상시 세워두는 위치에 리어카를 세워두었는데 구청이 일괄 철거했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시 방역 지침에 따라 9명의 회원만 참석했고, 나머지 인원은 '귀여운' 곰인형 50개로 대신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아바타 집회'라고 불렀다.




인형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도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다 보니 이날 소수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50개의 인형에 일일이 서부노련 조끼를 입히고 머리엔 머리띠를 둘러줬다. 규탄 구호가 적힌 피켓도 빠짐없이 인형 가슴 위에 얹혀 놓았다. 스스로 앉지 못하는 인형을 고정하기 위해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뒤집어 다리 사이에 끼워넣는 아이디어도 발휘했다. 만만치 않은 준비작업 끝에 아바타의 대형이 제법 '오와열'을 갖추게 되자 집행부는 규탄 집회를 시작했다.

김연희 서부노련 사무차장은 "코로나19로 집회가 제한되고 있지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막을 수 없다"며 "구청 단속으로 리어카를 빼앗긴 노점상들이 구청을 강력히 규탄하기 위해 오늘 인형 50개와 함께 아바타 집회를 개최했고, 추후 다시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된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를 다음달 11일 24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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