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 지역 화폐가 지역 상권에서는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낭비라는 국책연구 기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17일 평가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관련 보고서를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며 날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연구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을 했다고 본다"며 "각 지역에서 매출이 이전되는 효과는 있어도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매출 및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순증시키지 않는데 비용은 2,000억원이 넘게 들어가니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고, 기존에 있는 온누리상품권 같은 것으로 대체하면 되지 왜 굳이 지역화폐로 하느냐는 비판적인 보고서"라며 "경제학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는데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전체적으로 승수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골목 상권이나 전통 시장에 있어서는 지역화폐가 분명히 긍정적 기능을 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것도 보고서에서는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보면 동네 시장이 더 비싸니 소비를 왜곡시켜 오히려 후퇴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골목 상권이나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적 가치를 위한 것을 단순히 경제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비판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지사가 해당 보고서를 두고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표현한 것에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자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사가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보이는 태도와 표현에 있어서는 본인을 위해서도 좀 자제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식의 태도면 앞으로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에서는 이 지사 도정에 관해 전혀 비판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더군다나 이 지사는 대권 후보 수준이고 국민들은 '이 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까' 이걸 보면서 가늠하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법원에서 무죄나서 대권주자 1위 됐다고 벌써 다른 견해에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과연 진짜 대통령이 됐을 때 자신의 정책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심각하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찰해서 바꿔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연구자의 연구자율성, 학문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화폐를 두고는 "이 지사가 늘 강조하듯 지역 소상공인 지원 관련해 분명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적했듯 전국 지자체가 다 발행한다면 지역화폐로서의 의미가 없어져 그럴 바엔 중앙정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 통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역화폐냐, 아니냐는 것에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