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30만㎡, 마이크로소프트(MS) 18만㎡, 카카오·NHN 2만㎡...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마련한 부지 크기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와 자율주행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데이터센터를 바다 속에 넣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땅 위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2015년부터 이런 고민을 직접 실천에 옮긴 기업은 전세계 58곳에서 리전(데이터센터 묶음)을 운영하고 있는 MS다. MS는 '나틱 프로젝트(Natick Project)'라는 이름으로 해저에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는 차세대 친환경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해저 데이터센터 개념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1단계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MS는 2018년 6월부터 진행됐던 '2단계 실험'의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2단계 실험을 통해서는 해저 데이터센터의 효율성과 실용성, 친환경성을 확인하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 MS는 총 27.6페타바이트(PB) 용량의 스토리지를 갖춘 864대의 서버와 냉각 시스템 등을 장착한 약 12m 길이의 데이터센터 '나틱 노던아일'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해저 약 36.5m 지점에 설치했다. 이후 2년간 MS 내 18개 넘는 그룹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사용해보며 서버 안정성과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지상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특히 수중 데이터센터 고장률은 지상 데이터센터의 고작 8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MS는 이에 대해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산소보다 부식성이 덜한 질소에 노출됐고,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됨으로써 물리적인 충돌에 의한 오류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틱 프로젝트는 해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지속가능성도 확인했다. 풍력과 태양열만으로도 100%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운영 중 발생되는 폐기물이 거의 없고 담수 소비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MS는 해상 풍력발전소와 해저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해저 데이터센터가 이용자들에게도 훨씬 좋은 데이터 이용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MS 측은 "세계 인구 절반은 해안에서 193㎞(120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해안 도시 근처 바다 속에 설치하면 데이터 이동 거리가 줄어들고, 덕분에 훨씬 빠른 비디오 스트리밍과 게임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엣지 컴퓨팅이 발전하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대신 이용자들과 물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작은 규모 데이터센터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틱 프로젝트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 커틀러 MS 나틱 프로젝트 총괄은 "이제 MS는 지상의 데이터센터에 이를 적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