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주방에서 일어난 불로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가 방임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최근 1년8개월간 3차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격리 명령이 아닌 상담 위탁 결정만 내린데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인천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5월 A(10)군과 B군(8) 형제의 어머니 C(30)씨가 아이들을 방임 학대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C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 학대한다는 신고는 2018년 9월과 지난해 9월에도 각각 한차례씩 접수됐다. 당시 A군 형제는 바닥이 더럽고 쓰레기가 쌓여있는 집에서 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C씨에게 가정의 물리적 환경 개선을 주문했고 미추홀구 드림스타트(취약계층아동 지원사업) 관계자는 C씨와 A군 형제에 대한 상담도 진행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C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지난 5월 인천가정법원에 A군 형제를 어머니로부터 격리시켜달라며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약 3개월 후인 지난달 보호명령이 아닌 아동보호기관에 상담과 치료를 위탁하는 보호처분을 결정했다. C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6개월 동안 상담을 받고 A군 형제는 12개월 동안 상담 치료를 받으라는 결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화재 사고 이전까지 상담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 의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견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보건복지부와 사법부간 아동학대 문제를 둘러싼 정책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16일 기준 코로나19로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는 10개 시도 7,010곳이며 자녀가 18세 이하인 한부모가구가 40만8,000가구에 이르는데, 상당수가 (A군 형제와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조사관 조사와 전문가 진단을 거쳐 어머니(C씨)는 상담을, 아이들(A군 형제)은 상담 치료를 받도록 하는게 적절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강한 애착을 보였고 개선 의지도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3동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 주방에서 일어난 불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A군 형제는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렸을 시간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수업을 진행해 집에서 음식을 조리하다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이들은 불이 나자 119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쳤고, 소방당국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불이 난 빌라를 확인하고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A군 형제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많이 마셔 장기가 손상되는 등 위중한 상태였고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A군은 화재 당시 동생을 감싸다가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B군은 형 덕분에 하반신에 1도 화상을 입었으나 연기를 많이 마셔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1도 화상은 표피만이 열로 손상을 받은 경우이며 3도 화상은 혈관까지 손상돼 피부 이식이 필요할 수 있는 중화상을 말한다. A군은 전신의 40%, B군은 전신의 5%에 화상을 입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A군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 형제가 다닌 학교에서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했으나 이 형제는 이용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