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거나, 말거나’ 이형 스마트폰 전성시대... 결국은 한ㆍ중 디스플레이 싸움

입력
2020.09.17 14:10

세계 스마트폰 업계에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길쭉한 형태의 '바(bar)' 모형에서부터 접는 방식의 폴더블폰과 돌돌 말아 사용하는 롤러블폰까지 ‘이형(異形)’ 스마트폰 간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안팎에선 결국 이형 스마트폰 경쟁은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수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Z폴드2’가 한층 더 개선된 디자인과 완성도를 갖춘 폴더블폰 제품으로 포문을 열자 경쟁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레노버 산하 모토로라는 이달 9일 자사 폴더블폰 ‘레이저’의 5G 지원 후속작인 ‘모토 레이저 5G’를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위아래로 접히는 ‘갤럭시Z플립’과 비슷하게 위아래로 접히는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다. 화웨이도 이르면 10월 중 두 번째 폴더블폰인 메이트X2를 출시할 전망이다.

이에 질세라 LG전자 역시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로 차별화를 예고했다. LG전자는 지난 14일 글로벌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LG 윙’ 신제품 공개행사에서 롤러블폰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형 스마트폰 경쟁은 결국 접히거나 말리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어야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뒷받침할 패널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과 중국 업체간의 경쟁이 거세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술은 스마트폰용 OLED 분야에서 줄곧 세계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에 비해 기술 숙련도나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든든한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끊임없이 품질 개선,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 비전옥스는 지난 3월 열린 ‘2020 디스플레이 위크’에서 업계 최초 360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목을 끌었다.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한 업체로 주목 받았지만 제조역량이 부족해 제품 대량 보급에 실패했던 중국 로욜도 올해 초 중국의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 ZTE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재 연간 220만개 수준의 플렉시블 패널 생산량을 연간 88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디스플레이는 한국 업체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내놓은 롤러블 TV 가격은 무려 7,000만원 수준에 달한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LG디스플레가 아닌 중국 BOE와 협력을 통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가 문제 때문으로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정체돼 있는데 중국은 든든한 정부 지원으로 빠르게 OLED 기술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기중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