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재인정부 각료들의 발언에 '통계왜곡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로 관료들은 "한국감정원의 공식 통계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감정원의 여러 통계 가운데는 집값이 45% 올랐다는 통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법원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ㆍ다세대ㆍ연립ㆍ오피스텔 등)의 1㎡당 거래가격은 약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통계 중 ‘실거래가격 지수’는 45.5%나 상승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감정원이 실제 계약ㆍ신고된 아파트 거래를 전수조사해 계약일 기준으로 산출한다.
앞서 김현미 장관은 지난 7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11% 정도 올랐다”고 답했다가 논란이 이어지자 “감정원 자료로 아파트는 14%, 주택은 11.3%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정정했다. 똑같은 감정원 통계를 인용했지만 어떤 통계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집값 상승률이 3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공인 통계작성기관인 감정원 통계는 크게 △실거래가격 지수 △실거래 평균 가격 △실거래 중위가격 △매매가격 지수 등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각각 실거래평균가격은 39.1%, 실거래중위가격은 38.7%, 매매가격지수는 14.2% 상승하는 등 크게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국토부는 감정원 통계 중 가장 낮게 상승한 ‘매매가격 지수’를 인용했다”며 “이 지수는 표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실제 가격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KB 부동산시세를 토대로 서울 아파트값이 문 정부 들어 52% 뛰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업체보다 상승률이 낮은 감정원 통계를 쓰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만 집값 안정의 근거로 제시해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감정원의 가장 높은 지수(45.5%)와도 최대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연구소가 수요자 인기가 많은 서울시 주요 아파트(서울 구별 인터넷 검색량이 가장 많은 대단지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3년간 50~80% 상승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모집단 표본의 대표성 확보는 물론, 조사 단계에서 시장 현실을 반영한 시세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집되고 있는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승됐다면 부동산 시장이 더 안정화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