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기념 식수를 한 장소 바로 앞에 섰다.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은 말했다. "남북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던 2018년 이후 남북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지난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해 남북 간 연락선이 모두 끊겨 '대화의 문'이 아예 닫혔다.
그러나 이 장관은 여전히 끈질기게 희망했다. 9ㆍ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아 북측에 다시 한 번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이 장관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쪽을 둘러보면서 북쪽의 판문각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 순간 이 장관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치인 이 장관의 장기는 지치지 않는 '정치적 체력'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도 야당을 '될 때까지' 설득했다. 때로는 냉정하게 밀어붙였다. 이 장관은 "하나의 상처가 있다면, 더 큰 마음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남북이) 각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털어내고, 더 크고 따뜻한 마음으로 평화와 통일을 향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의 문'을 전혀 닫지는 않았다고 봤다. 이 장관은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대체적으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꼬인 관계를 '작은 접근'으로 풀자고 다시 제안했다. 대북 제재 위반 경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작은교역'(남북 기업의 물물교환)과 관련, 이 장관은 "비제재ㆍ인도협력 물품은 작은교역 대상"이라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교역 성사는 우리 일방적으로 풀 문제가 아니어서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며 북측의 호응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남북 평화ㆍ안보ㆍ생명공동체' 구상을 실행시키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이 장관은 지난 달 연이은 태풍과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북측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더 많이 가졌으니 도와주는 방식보다는 생명공동체로 상호 간 협력이 일상화돼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외부 지원은 안 받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