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시절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적용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관계로만 따져 볼 때, 당초 불거진 서씨의 군무이탈 혐의나 추 장관 또는 보좌진의 직권남용죄 등을 문제 삼기란 법리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15일 국방부를 압수수색하고 나선 검찰 수사팀도 일단은 김영란법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이 사건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서씨의 군 복무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지난해 12월 추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올해 1월 검찰에도 군무이탈 혐의로 고발됐던 서씨의 ‘특혜성 휴가 연장’ 의혹이 있다. 2016년 11월~2018년 8월 카투사로 근무했던 서씨가 2017년 6월 민간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겠다며 병가를 냈다가, 이후 공식 절차를 밟지도 않고 2차 병가 및 개인 연가 등으로 총 23일간 휴가를 썼다는 게 핵심 줄거리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의혹은 최근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문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보좌관 최모씨가 2017년 6월 14일과 21일, 25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서씨의 군 부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 연장 절차 등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의 ‘입김’ 행사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최씨와 통화했던 지역대 지원장교 A씨가 지난 6월 검찰에서 이를 이야기했는데도 ‘애매하다’는 이유만으로 참고인 진술조서에선 누락된 게 의문을 키웠다. 지난 9일 검찰에 재소환된 A씨는 기존 진술을 고수했고, 통화 날짜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국방부 쪽에 직접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도 추가로 불거진 상태다.
다른 두 의혹은 최근 들어 새로 튀어나왔다. 2017년 10월쯤 민주당 출신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B씨가 군사보좌관실 실무진에게 서씨의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가능성’을 물어봤으며, 이에 앞서 2016년 11월 서씨 입대 직후엔 ‘용산부대 자대 배치’ 문의도 많이 들어왔다는 내용이다.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을 지낸 이철원 예비역 대령은 이와 관련, 실명까지 공개하며 “참모들로부터 청탁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수용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추 장관이 직접 등장하진 않고, 모두 제3자가 ‘행위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12일 검찰에 출석한 최씨도 “(추 장관이 아니라) 서씨 부탁을 받고 군 부대에 전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추 장관 측은 현재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단순 문의’일 뿐이라거나, ‘모르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명시적 요청이 없었다 해도, ‘묵시적 청탁’으로 볼 만한 문의가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직자 등에게 법령에 어긋나는 업무 처리를 요구하는 ‘부정한 청탁’은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성사됐던 ‘휴가 연장 문의’든, 불발로 그친 ‘통역병 선발 문의’ 및 ‘용산 부대 배치 문의’와 관련해서든 위법 행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문제의 ‘문의 전화’를 했던 당사자를 ‘청탁 행위자’나 ‘청탁 전달자’로 볼지, 아니면 ‘청탁 실행자’로 보느냐다. 김영란법은 병역업무에 대해 부정청탁을 하거나 전달한 사람에겐 최대 3,0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행정처분)를 부과하는 반면,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에 대해선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로선 최씨와 B씨 모두 청탁 행위자 또는 청탁 전달자에 해당할 소지가 많다.
다만 B씨의 경우는 상황이 좀 복잡하다. 만약 추 장관이나 서씨 등이 ‘통역병 선발’ 관련 청탁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되고, 해당 업무를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의 직무로 본다면 B씨가 곧 ‘청탁 실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우선 직무 범위부터 규정해야 하는데, 너무 좁게 해석하면 보좌관 자리가 부정 청탁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김영란법 취지를 살리려면 직무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게 봐서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