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퇴직 후 대기업 사외이사나 법률고문 등으로 일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받은 건수가 최근 5년간 4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퇴직 검사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퇴직 검사가 사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은 건수는 총 14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64개) 소속 회사에 취업하겠다며 심사를 요청한 건수는 45건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검사나 법관이 퇴직 후 일정 규모 이상 사기업에 취업하려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퇴직하기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ㆍ기관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기업별로 보면 한화그룹 소속 회사에 재취업하기 위해 심사를 받은 건수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SK가 5건으로 뒤를 이었다. 효성과 KT 관련 취업심사도 각각 4건이었고, 삼성은 1건이었다. 한화는 올해 7월 이광석(46ㆍ사법연수원 33기) 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를 한화와 한화갤러리아 법무팀 상무로 영입했다. 이 전 부부장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소속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다. KT는 안상돈(58ㆍ20기) 전 서울북부지검장에게 법무실장 자리를 맡겼다.
대기업에 가기 위해 취업심사를 받은 검사 중에는 법무부나 대검찰청 출신보다는 일선 검찰청에서 일한 경우(30건)가 훨씬 많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에선 일반적으로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이나, 법리에 밝아 총수 관련 현안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퇴직 검사 입장에서도 고문이나 자문직은 변호사 겸직이 가능하고 업무 부담이 적어 더 선호하는 편이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 로펌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 기업의 비상임직을 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을 영입하는 기업 측에선 꼭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2018년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법조인 영입을 늘리면서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이라면서 “계열사 이사회 등에 참석해 공정거래 이슈 등 법률 현안에 사전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