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는 '살살', 이상직은 '아프게' 비판한 심상정

입력
2020.09.15 21:30
'정의당 데스노트2' 부활하나 했지만
추 장관 엄호하는 여권 전체 비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5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파장이 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유탄을 맞았던 심 대표의 입을 주목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추 장관을 엄호하는 여권 전체를 겨냥했다.

심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추 장관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재산누락, 불법증여, 갑질 논란, 자녀특혜 등 온갖 기득권 찬스를 노리는 불법이 입법자들이 만들어 낸 뉴스로 퍼지고 있다”며 “시민들은 코로나와 전쟁 중인데 정치권은 특권 사수 전쟁 중”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 “불법이 아닌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태도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한 군 생활 특혜 의혹 중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파견 개입 등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정의당은 그간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혜를 문의하는 과정 자체가 위력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날까지 심 대표는 추 장관 이름을 직접 ‘정의당 데스노트’에 포함시키진 않았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의당이 반대하는 인물은 공직에서 낙마해 생긴 표현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심 대표는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다"며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공정 문제가 확산되면서, 이런 선택을 한 정의당을 두고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반면 심 대표는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그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상직 의원이) 조속히 편법승계, 차명재산, 선거법 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재출연으로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며 “불법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은 물론 이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을 향해 반나절 사이에 잇따라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는 이스타항공 사태로 정의당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권익에 심각한 피해가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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