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 살아남은 반려견… 美 캘리포니아 산불에 동물도 사투

입력
2020.09.15 17:21
구조대원들, 반려동물 이외 농장ㆍ야생동물도 구조
NYT "피해 면적만 500만 에이커, 사망자만 26명"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 주(州)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천마리의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잿더미가 된 집에서 살아남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말, 당나귀 등 농장동물, 여우 등 야생동물들까지 구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소방국의 대니얼 트레비조가 화재 현장에서 울음 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달려오는 노란색 새끼 고양이를 발견해 구조한 소식을 전했다. 트레비조는 서둘러 새끼 고양이를 소방복 앞 주머니에 넣어 현장을 빠져 나왔고, 동물 보호소에 맡기기 전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고양이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불길에 휩싸여 발에 화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부테 카운티에서는 11일(현지시간) 잿더미 속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부테 카운티 보안관실(BCSO)은 페이스북에 "보안관실 수색구조대원이 불에 탄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사랑스러운 반려견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안관실은 이 반려견에게 용맹한 전사라는 뜻의 '트루퍼'(Trooper)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트루퍼’는 가벼운 화상을 입고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당국은 트루퍼 가족이 다른 반려견들도 키우고 있었지만 대피할 때 모든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 다른 화재 피해 지역인 오리건주 메하마에서는 일대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지만, 한 농가에서 키우던 양과 소들만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화재로 대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민은 CNN에 “너무나 충격적이다”라며 “불길이 집으로 들이 닥쳤고 헛간도 모두 불에 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도 잔해만 남은 헛간 속에 키우던 양과 소들은 목숨을 건졌다.


오리건주의 한 동물병원은 주인을 찾기 위해 산불 속에서 구조된 고양이 10여마리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이 중에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생후 8주 된 고양이와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네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고양이, 뜨거운 연기로 폐를 다쳐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고양이도 있다. 수의사 로리 애플게이트는 "직원들은 대피령에도 현장에 남아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며 "이번 화재가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심적 상처를 남겼지만 동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현재까지 500만 에이커(약 2만234㎢)를 넘어섰는데 이는 이는 남한 영토(10만210㎢)의 5분의 1(20.2%)을 넘어서는 규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었고 지난달 낙뢰로 시작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까지 합칠 경우 사망자는 35명에 달한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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