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일보 9월 16일 만평
입력
2020.09.15 16:16
배계규
기자
배계규
화백
baekk@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尹-李 첫 영수회담
관련기사
22
영수회담 막판 신경전... "尹 바뀌어야" "강경 요구 안 돼"
여야가 영수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막바지 기싸움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제를 미리 정하지 않은 만큼 정권의 '역린'까지 꺼낼 수 있다고 별렀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경 일변도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건 협치가 아니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선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생 현안뿐만 아니라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민감 이슈까지 모두 회담 테이블에 올릴 태세다. 당 일각에서는 '성역은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도 의제로 거론했다. 영수회담이 설령 빈손으로 끝나도 불리할 것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이 대표가 '의제 따지지 말고 우선 만나자'는 대통령실 요구를 전격 수용한 만큼, 회담 결과에 대한 책임도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야당이 윤 대통령 심기를 고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이참에 윤 대통령이 예민해하는 주제까지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압박수위를 높이며 결전을 준비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검을 과감히 수용해야 하며 민생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국정기조 대전환 차원에서 채 상병 사건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지만 말고 우선 대통령실과 야당 간 소통창구를 개설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일방적인 강경 요구는 대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총선의 선택이 한쪽의 주장만을 관철해내라는 뜻으로 오독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번의 만남에 모든 현안을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은 '정쟁용'으로 평가절하했다. 이에 더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한 양곡관리법이나 전세사기 특별법 또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김민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민에게 도움 될 게 하나 없는 정쟁용 법안에 '민생'이란 이름표를 붙여서 계속 끌고 가선 안 된다"며 "양곡관리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모두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강탈해서 해결하자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순항할까
관련기사
577
교수 휴진, 의대생 유급, 임현택 등판… 데드라인 코앞인데 해법이 없다
의대 증원 정책을 두고 벼랑 끝까지 치달은 의정 갈등이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는다. 각 대학들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 조정 논의를 30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고, 이에 맞서 일부 의대 교수들은 집단 휴진으로 실력행사에 나선다. 의대생 대량 유급 사태도 임박했다. 데드라인까지 시간이 촉박한데 의사들의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 가로막혀 해법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29일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극적인 타협안이 제시돼도 의사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집행부의 초강경 노선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과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30일 외래진료와 수술을 일시 멈춘다. 고려대병원(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휴진하고 매주 1회 주기적 휴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과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 의대)을 비롯해 계명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다음 달 3일 휴진을 예고했다. 대학들이 의대 정원 변경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는 30일 전후로 동맹 휴진을 선언하는 의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총회에서 △외래진료 및 수술 일정 조정 △당직 후 주 1회 휴진 등을 결의했다. 의료공백 위기를 무기 삼아 정부에 최대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휴진 참여 여부는 교수 개인 선택에 맡기기로 해 실제 의료현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긴 어렵다. 26일 휴진을 예고했던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에서도 정상 진료가 이뤄졌다.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 집행부 4명은 다음 달 1일 병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11주째 의료공백을 견디고 있는 환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 있다”며 “당장 교수직 사직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학가에선 의대생 유급이 데드라인을 향해 가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절반가량이 이달 개강했지만 돌아온 학생은 극소수다. 학생이 없어 수업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9일에는 성균관대, 고신대, 전남대, 울산대 등이, 다음 달 1일에는 중앙대가 의대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순천향대를 비롯해 아직 개강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학사 파행이 계속되면서 대량 유급 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취임을 앞두고 의사계에서 강경론은 더 득세하고 있다. 임 차기 회장은 의협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경파로, 의대 정원 동결을 넘어 500~1000명 축소까지 주장한다. 임 차기 회장은 28일 열린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원점 재논의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정부가 교수 집단 휴진의 위법성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만약 교수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의협은 이날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행정명령 및 행정처분 철회 △책임자 문책 △의협이 제안하는 의료개혁 수용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이 새로운 집행부를 중심으로 전열 재정비에 나서면서 최근 수면 위로 올라왔던 협상론은 다시 잠잠해졌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러 민생 현안과 함께 의료공백 사태도 중요 의제로 다뤄지는 만큼 경색된 국면을 타개할 묘안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이다. 야당도 의대 증원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여야가 이견을 좁힐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대학별로 의대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자율권까지 부여했는데 더 물러서기가 쉽지 않고, 설사 여야 합의를 통해 통 큰 양보를 하더라도 증원 백지화가 아닌 이상 의사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의사단체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독려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의사단체와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집단행동을 접고 대화의 자리에 조건 없이 나와 보건의료 개혁 방향을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기사
960
라파 지상전 앞 휴전 협상 줄다리기… 하마스는 인질 영상 또 공개 압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스라엘은 '종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평온'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하마스에 전달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 제안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하마스가 인질 2명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지상전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뒤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 남성 키스 시겔(64)과 옴리 미란(46)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3분가량의 영상에서 두 사람은 "우리와 다른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하마스가 촬영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이 "202일 동안 포로로 잡혀 있었다" "유월절 연휴(4월 22~30일)다" 등을 언급한 것을 볼 때 최근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의 인질 영상 공개는 지난 24일 이스라엘 남성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23)의 영상 공개 후 사흘 만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영상을 공개할 때마다 '교묘한 심리전'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번에 하마스가 노리는 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저지'라는 게 이스라엘 판단이다. TOI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번 주에만 3명의 인질을 담은 선전 영상을 공개한 것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라파 진입을 극도로 막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약 230만 명 중 최대 140만 명이 머무르고 있는 라파를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질 석방과 라파 작전을 맞바꿀 기류도 이스라엘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27일 이스라엘 채널12방송에 "만약 인질 협상이 타결된다면 이스라엘은 라파에서의 작전을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사망자 포함 인질 129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영상은 양측 협상이 재개된 시기와 맞물려 나왔다. 때문에 하마스가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하고자 인질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재국인 이집트는 지난 26일 하마스에 '이스라엘의 새 제안'을 전달했고, 하마스는 이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제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평온의 회복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속가능한 평온'은 하마스가 줄곧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이 결코 수용하지 않았던 '영구적 휴전'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를 계기로 29, 3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4 미국 대선
관련기사
218
"나이가 화두… 상대가 6세짜리라" 바이든, 언론인 만찬서 또 트럼프 놀렸다
'졸린 도널드', '여섯 살짜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마음껏 놀렸다. 자신을 비판한 언론과 유머로 포장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날 만찬장 밖에서 그에게 항의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졌음에도 이스라엘이나 가자지구 상황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에서 언론인·유명인사·정치인 등 3,000여 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약 10분간 연설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1921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행사로,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하는 것이 관례다. 이 행사에 재임 기간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의 주 공격 대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이 본격화되고 있고, 그렇다, 나이가 화두가 됐다"며 "나는 여섯 살짜리를 상대하고 있는 성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치한 행태를 꼬집으면서 82세(만 81세 4개월)인 자신의 '고령 리스크'를 유쾌하게 비튼 발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자. 도널드가 듣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졸린 돈(Sleepy Don)"이라고 불렀다. 최근 뉴욕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졸았던 것을 가리킨 농담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는 최근 힘든 나날을 보냈다"며 "이건 '험악한(stormy)' 날씨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형사재판을 조롱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와 성관계를 맺고 입막음 돈(허시 머니)을 지불했다는 의혹에 관해 지난 22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언론계 비판을 정면돌파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여러분 중 일부는 내가 충분히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불평하더라"며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또 NYT의 성명 내용을 언급하며 "만약 NYT가 나에 대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보도하게 만드는 방법이 그것이라면, 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NYT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동안 언론인의 질문을 적극적, 효과적으로 회피해 왔다"며 "대통령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직책으로, 언론은 대중이 그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만찬장 인근 워싱턴 시내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어수선했다. 시위대는 호텔에 들어서는 언론인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우리는 서구 언론 당신들을 보고, 당신들이 숨기는 모든 공포를 보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서방 매체들도 이스라엘 편에 기울어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대를 피해 호텔 뒷문으로 들어갔다. 바깥 상황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 상황에 관해서는 발언을 피했다. AP는 "약 10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이나 가자지구에서 커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