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과일도 크고 예쁜 것만 먹도록 하고, 보는 것과 듣는 것도 좋은 것만 가려 보고 들으라고 하지요. 엄마의 일상이 태교, 다시 말해 태아에겐 교육이 된다는 논리인데요.
세포에서 사람이 돼가는 태아에게 교육을 한다니, '실제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요. 태교가 효과 있다고 믿는다고 쳐도 어떻게,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호소하는 임산부들도 많습니다.
태교에 관한 정보는 오히려 너무 많아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도 궁금한데요. 결국 선택은 엄마의 몫이지만, 혹시 산부인과 교수들의 대답을 궁금해 할 사람을 위해 대신 물어봤어요.
태교란 "임산부의 행동이 태아에게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임신 중에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언행을 삼가며 태아가 자라나기 위한 준비를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임신 중 교육"(김영란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정진훈 울산의대 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인데요.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말은 아닙니다. 태교에 대해 산부인과 교수들은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라 영향력이 증명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어요.
예전에는 그저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느끼며, 심성을 곱게 가지고, 몸을 조심해서 움직이라"는 뜻이었다면 요즘은 의학적으로 효과 등이 증명된 건데요. 최민정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대적 의미로 태아는 '듣고 이해하고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여러 의학자가 증명해 임산부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와 교감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어요.
태아는 어떻게 교육하는 걸까요. 임신 중 수학 강의를 듣거나 영어 공부를 하면 태아도 같이 배우는 걸까요? 태교의 기본은 '교감'이라는데요. 이교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와 교감은 태교의 중요한 일부"이라며 "태교를 열심히 하다 보면 태아가 반응하는 등 교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건 대략 임신 5주 이후인데요. 이때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하면 임신 확인서도 받을 수 있어요. 그럼 그때부터 바로 태교에 힘써야 하는 걸까요. 스트레스를 피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사는 건 건강에도 물론 좋겠지만, 사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하루를 눈 뜨고 보내는 것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태교를 신경 쓰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예비 부모들이 집중해서 태교해야 할 중요한 시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태아의 청각이 발달하는 무렵인데요. 정 교수는 "태아는 자궁 안에서 청각·촉각·미각·후각·시각 이 모든 오감을 발달시키면서 성장하는데 이러한 오감 중에서도 태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감각은 청각으로 알려져 있다"며 "태아는 임신 14주에 들어가면서 듣기를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임신 24주에 이르게 되면 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요. 김 교수는 "태아는 17주부터 어느 정도 소리를 듣고, 20주부터는 엄마 목소리를 인식하고 27주부터는 사람의 소리와 사물의 소리를 구분하며 33주가 되면 소리에 따라 감정이 변화한다"며 "보통 임신 5개월, 20주부터는 태교 동화나 태담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게 좋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20주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요. 이 교수는 "임신 전 3개월부터 출산 때까지 항상 중요하지만, 특별히 더 중요한 시기를 말하자면 임신 초기부터 20주까지 뇌 신경이 매우 발달하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태교를 언제부터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실천이 쉽지 않은 이유는 아마 방법을 모르거나 또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게 어색하기 때문일 거예요. 맘카페 등에도 "막상 태교하려니 어색하고 민망하다"고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이유지요.
태교의 가장 기본은 청각 자극이라고 해요. 엄마, 아빠의 목소리와 음악, 책 읽는 소리인데요. 이 교수는 "오감으로 태아를 자극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청각 자극은 쉽게 할 수 있다. 엄마 아빠가 동요 등을 직접 불러주고, 클래식 듣고, 동화책 읽어주고, 자주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도 "전기 청소기 같은 소음은 태아의 뇌 발달에 매우 해롭다"고 하니 주의하면 좋겠지요.
태아를 위한 이름, 태명을 지어 불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김 교수는 "아이를 위한 애칭을 만들어 부드럽고 또렷한 목소리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느낌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자극과 정서적 안정을 줄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태아의 정서적 유대를 깊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엄마 자궁 안에서 자주 듣던 음악을 태어난 뒤에도 기억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김 교수는 "태아 때 들었던 음악을 기억하고 출생 후에도 그 음악을 들려줄 때 아기가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음악 태교는 우뇌 발달을 촉진하고 태아와 임산부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추천했어요.
또 운동도 태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김 교수는 "임산부가 요가나 발레, 체조, 뇌 호흡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신체적·정신적 안정을 찾고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특히 "임산부가 운동을 하면 태아의 신체 기관과 피부의 발달을 촉진하고 순산을 도우며 출산 후 회복도 더 빨리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산부들이 태교에 관해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어색함보다 "가뜩이나 몸 가누기조차 어려운데, 태교를 못 하니 죄책감이 들어 스트레스가 크다"는 겁니다. 입덧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임신 후기에 이를수록 몸이 무거워지면서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데 태교까지 신경 쓰자니 힘들다는 거지요.
제일 나쁜 건 역시 스트레스인데요. 원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에요. 정 교수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임산부의 혈액 내에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져 태아 역시 똑같은 긴장감과 흥분 상태를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아드레날린은 엄마의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액을 줄게 한다"라며 "혈류량이 감소하여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발달 중인 태아의 뇌 기능에도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엄마들은 태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요. "사랑한다"는 말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태교를 못 한다고 스트레스받는 것이 더 나쁘다. 태교의 원리는 간단하다. 엄마가 태아에게 '사랑한다'는 말만 자주 해도 좋은 태교가 된다"며 "엄마가 화를 내고 분노하면 태아에게도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경험상 양수가 터지는 분도 있었다. 일단 엄마의 마음이 편해야 태아의 마음도 편하다"고 강조했어요.
김 교수도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태교를 하게 되면 그것이 태교가 아니라 오히려 태아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며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과 여유를 가지고 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태교 방법 중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일부 임산부는 태아의 두뇌 발달을 위해 수학이나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에 관해 정 교수는 "이런 학습 태교를 진행한 임산부의 50%가 태교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며, 47%는 태교로 인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응답하여 임산부의 정서적 안정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아직 수학 태교나 영어 태교와 같은 학습 태교가 아이의 두뇌 발달과 영어 능력 향상을 돕는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진행하는 학습 태교는 오히려 태아의 정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만류했어요.
아빠의 목소리가 태교에 더 효과적이란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해요. 김 교수는 "태교·태담(태아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 시 여성의 목소리보다는 남성의 목소리가 태아에게 더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태아는 아빠 목소리에 더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고 밝혔는데요.
심지어 "태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임산부의 정서는 남편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해요. 최 교수는 "남편은 아내에게 정신적 안정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고, 아빠의 태담이 아이의 지능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므로 아기에게 아빠의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 원리는 바로 목소리 음파에 있다고 하는데요. 정 교수는 "태아는 양수인 물속에 있는데 음파의 특성상 고음인 여성의 목소리는 양수를 잘 통과하지 못하지만, 중저음인 남성의 목소리는 잘 통과한다"며 "태아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어요.
결국 태교는 엄마보다 아빠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입니다. 이 교수 역시 "아빠가 옆에서 주도적으로 태교를 하자고 나서야 한다"며 "노래를 불러 주거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 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등 태교를 엄마에게 맡기지 말고 아빠가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