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인가, 秋 사수대인가'... 국회 룰 깬 민주당

입력
2020.09.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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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대정부질문은 일문일답을 원칙으로 한다”(15일 박병석 국회의장,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대정부 질의에 맞는 적합한 질의를 해주면 좋겠다”(7월 23일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소영 민주당 의원에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 나섰다가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에게 ‘야단’을 맞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과거 ‘동물 국회’ 때 처럼 몸싸움을하거나 고성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지나친 ‘자기 편 감싸기’에 나서다, 국정 방향에 관해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대정부질문 취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서다.

14일 대정부질문에선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지키려는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의원이 물으면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 장관들이 답하는 ‘일문일답’의 형식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주어진 13분을 오로지 추 장관 옹호와 야당 비판에 사용했다. ‘질문 없는 대정부질문’이란 비판이 나오자 김 최고위원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질문도 중요하지만 다른 현안보다 추미애 장관 문제가 워낙 우리 국회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이 문제를 한번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태도는 대정부질문에서 모두 질문을 없앤 국회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대정부질문은 일문일답 방식으로 한다’는 현 국회법 조항은 여야가 모두질문을 통해 정쟁성 발언만 일삼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2003년 도입됐다. 그러나 이런 조항은 21대 국회 들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7월 23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을 향해 “입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통합당이 두 달 간 어떤 모습을 보였나 보기 바란다”고 했다가, 야당의 항의로 회의가 중단됐다.

추 장관 엄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짚는 날카로운 질문보다, '배후세력' 등 무리한 문제제기까지 나왔다. 15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은 대표적 특권세력인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검찰을 개혁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티끌 하나라도 찾아서 공격하려 한다"고 추 장관을 엄호했다. 14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발언 첫 머리에서 추 장관 관련 의혹은 "탄핵당한 박근혜, 박근혜를 사랑하는 일부 정치군인, 일부 정치검찰, 태극기부대, 수구언론이 만든 정치공작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 입증 자료는 내지 못했다. 정 의원은 이후 추 장관을 불러 “아들에게 요즘 들어 미안한가”라고 물었고, 추 장관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준 적 없는 아들”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15일 “추 장관을 아들 사랑에 겨운 평범한 어머니로 변신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모습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여야 정쟁으로 ‘대조국질문’이라는 비아냥 받았던 지난해 9월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정치 구조상 정부 여당이 한배를 탄 입장이라 해도 입법부가 최소한의 견제 기능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여당은 방어를 하고 야당은 공격 위주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당도 행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의회의 존재 의의를 생각하고 제도 본래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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