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ᆞ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11조)의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도 불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 때문에 가벌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대법원이 가상공간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그 피해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유사 사건 재발 억제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기준안에 따르면 아동ᆞ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상습범에겐 최대 29년 3개월의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범죄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정 파탄, 학업 중단 등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봤을 경우 등을 특별가중 인자(8개 유형)로 정해 가중 처벌토록 했다. 이를 적용하면 2개 이상의 특별가중 인자가 적용되는 다수범의 경우 영리 목적 판매는 최대 27년, 배포 18년, 아동ᆞ청소년 알선 18년, 구입 6년 9개월 등의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법원은 그동안 아동ᆞ청소년 성착취 성범죄에 대해 재판부마다 형량을 달리 선고해 ‘들쑥날쑥 판결’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청소년성보호법 11조가 성착취물 제작범의 경우 법정형을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 이하’로 폭넓게 정하고 있음에도 양형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양형 기준이 정해진 만큼 법원은 엄정하고도 일관된 법의 심판을 통해 아동ᆞ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가상공간에서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현실 범죄와 달리 디지털 성범죄물은 한번 제작ᆞ유포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법원은 양형위가 감경 인자로 제시한 초범, 처벌 불원 등의 사유가 재판부마다 지나치게 임의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크다. 그러려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도록 법원 내부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