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을 상징하는 두 기업이 15일 생존의 기로에 섰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모든 반도체 공급이 중단됐고,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은 이날 매각 데드라인을 거쳐 20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화웨이는 조속히 돌파구를 여는 '속도전'으로, 틱톡은 핵심기술을 지키며 버티는 '지구전' 으로 각각 벼랑 끝에서 대미 항전에 나섰다.
화웨이의 대표 먹거리는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자사업에서 4,673억위안(약 81조원)을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의 54.4%나 된다. 전년 대비 34% 증가한 효자 종목이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에 위청둥(余承東) 소비자부문 대표는 지난달 "더 이상 고급 칩을 만들 수 없어 9월 출시하는 메이트40이 기린 칩으로 구동하는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만 해도 연말을 지나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내부 기류가 달라졌다.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회장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에 맞서 반도체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최근 내부회의에서는 "고급 스마트폰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독려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연구개발(R&D) 역량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13.9%에 해당하는 1,317억위안(약 23조원)을 R&D에 투자했다. 중국 31개 지방정부와 비교할 때 광둥ㆍ장쑤성과 베이징ㆍ상하이시 등에 이은 7위로 사실상 정부급 규모다. 지난해 2,938건(세계 7위)의 특허를 출원했고, 총 8만5,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49%인 9만6,000여명이 R&D를 맡고 있다.
화웨이는 특히 운영체제(OS) '훙멍'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부터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탑재해 이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loT)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모바일 loT의 경우 지난해 연결 건수가 100억개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252억개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웨이 중심의 가전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훙멍이 당장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조차 훙멍의 기술력을 안드로이드의 70~80%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에 화웨이가 해외시장을 잃고 중ㆍ저가 제품 위주의 내수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틱톡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영상 콘텐츠를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추려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반도체 산업은 한참 뒤처졌지만 알고리즘 만큼은 우위라고 자부한다. 중국 인터넷 싱크탱크 차이나랩스 설립자 팡싱둥(方興東)은 "알고리즘 분야에서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중국의 상대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기술표준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알고리즘의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 특히 알고리즘을 장악하면 앱 사용자의 데이터베이스(DB)도 함께 손에 쥘 수 있다. 전 세계 틱톡 사용자는 미국인 1억명을 포함해 10억명에 육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의 개인정보 유출을 틱톡 제재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다. 중국은 이를 '이중잣대'라고 비난한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도 트위터ㆍ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데도 유독 외국 업체들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 수집만 문제삼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은 틱톡의 알고리즘을 비롯한 핵심기술을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으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분석하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앞장서 "중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틱톡을 엄호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틱톡이 미국에 넘어가는 건 전형적인 정부 협박에 의한 거래"라며 "미국은 공정과 평등, 클린 네트워크를 주장하면서도 외국 기업을 압박하는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