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재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스가 총재는 국회의원(394표)과 지방대표(141표)를 합한 유효투표 534표 중 377표(70.5%)를 얻어 손쉽게 당선됐다. 의원 288표(73%)와 지방대표 89표(63.1%)에서 경쟁후보를 압도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89표(의원 79표ㆍ지방대표 10표), 이시바 전 간사장은 68표(의원 26표ㆍ지방대표 42표)에 그쳤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스가 총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득표로 2위를 차지했음에도 반색했다. 그는 총재선거 직후 "오늘부터 총리ㆍ총재를 목표로 다음 행보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년 후에 치러지는 총재선거에 재도전할 뜻을 선언한 것이다.
그가 웃을 수 있는 건 의원투표에서 예상 외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당초 기시다 정조회장 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기시다파(47명)와 무파벌 의원 등 55명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24표나 더 많았다.
당 안팎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98표) 일부가 그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 측이 정적인 이시바 전 간사장의 선전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호소다파에서 영향력이 큰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최근 중의원 모임에서 "아베 총리의 본심은 기시다 정조회장에게 있었다"고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방투표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을 따돌렸지만 의원 표심을 얻지 못해 3위에 그쳤다. 아베 총리와 맞붙은 2018년 총재선거에서 의원 73명(18.1%)의 지지를 받았고 당원투표에선 과반에 가까운 181표(45%)를 획득했지만 이번엔 모두 열세였다. 4번째 고배를 마신 터라 내년 총재선거 출마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