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의연 의혹 대부분 기소… 윤미향 "피해자 욕보인 것" 반발

입력
2020.09.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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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법ㆍ횡령ㆍ사기 등 8개 혐의 불구속 기소
공시 누락 부분은 법적 공백 탓에 처벌 못 해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해 제기된 부당 보조금 및 기부금 부당 수령 의혹을 사실로 판단,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5월 정의연 회계 관련 폭로 기자회견을 한 이후 촉발된 의혹들은 검찰의 공소장에 대부분 적시됐다. 윤 의원은 "충분히 해명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14일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 의원을 보조금 관리법 위반, 업무상 횡령,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대협 상임이사 겸 정의연 이사인 A(45)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의연을 둘러싼 보조금 부정 수령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ㆍ지방 보조금 3억여원을 취득하고,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 계좌 등으로 기부금 42억여원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 및 단체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기부ㆍ증여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안성쉼터를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손해를 끼친 혐의, 돈을 받고 안성쉼터를 숙박업소로 운영한 혐의도 포함됐다.

다만 검찰은 딸 유학 자금 및 아파트 비용을 둘러싼 횡령 등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가 확인돼 기소하지 않았다. 또 검찰은 공시 누락이나 허위 공시 등 의혹 부분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정의연은 대외적으로 공익법인 지위를 내세워 기부금도 걷고 세제 혜택도 받고 있지만, 실상은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부실공시를 해도 현행법상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은 주무 관청의 감독도 받고 허위 공시 때 처벌도 할 수 있지만, 정의연처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근거로 세워진 공익법인은 예외다. 검찰은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이 아니어도 공시를 거짓으로 하면 제재를 강화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의 계속된 부인에도 상당수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률 회계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윤 의원의 수법이 상당히 악랄하다”고 평가했다.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과 교수는 "윤 의원이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내용 등 앞으로 정의연과 관련해 밝혀야 할 의혹이 많다"고 지적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 측은 “이 할머니와 논의한 결과, 현재 검찰이 불구속기소를 했으니 검찰의 의지를 믿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검찰 기소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충분히 해명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피해자를 욕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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