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는데... ‘고양 평화의 숲’ 나무들 죽어간다

입력
2020.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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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나무 살리는 대책 마련할 것"

경기 고양시 남북 화해협력사업의 상징으로 꼽히던 ‘남북 청소년 평화의 숲’ 나무들이 집단 고사 위기에 처했다.

14일 고양시에 따르면 증산동 안곡습지공원 내 남북 청소년 평화의 숲(3,300㎡)에 식재된 사과 등 과실수 5,000그루 중 상당수가 검게 변해 죽는 고사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곳은 고양시와 지역시민단체인 ‘평화통일 사과나무 심기 운동본부’가 2012년 조성했다. 시와 운동본부는 당시 남북협의회를 거쳐 이듬해 북한의 사과주산지인 황해북도에 과실수 묘목을 보내기 위해 사과, 배, 자두, 살구나무 2만 그루를 심었다. 북한 개성에 고양에서 키운 나무를 심어 평화의 숲을 조성하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 같은 청사진은 실현되지 못했다. 덩달아 남북평화의 전령역할을 할 과실수들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빼곡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자라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고, 결국 상당수는 지자체와 초중고교 등에 분양됐다. 현재는 5,000여 그루만 숲에 방치돼 있다.

남북 평화협력사업의 연결고리였던 나무들이 죽어가면서 시의 관리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완규 고양시의원은 “나무들을 방치한 탓에 열매가 달리지 않아 유실수로서의 역할이 상실된 채로 죽어가고 있다”며 “평화협력사업의 상징이 죽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고양시는 개선책을 모색 중이다. 시 관계자는 “나무를 심은 시민단체와 함께 솎아내기 작업 등 대책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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