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은 사람 간 접촉으로 전파된다. 다시 말하면 접촉이 적으면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 실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방역당국은 방역 수위를 높이는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인구 이동이 줄어들면서 확진자 수도 덩달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수도권 거리두기 격상 전과 후 휴대전화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격상 조치 이후 4주째인 6~10일 이동량은 시행 직전인 지난달 9~13일 대비 14.9%(1,281만건) 감소했다. 8,615만1,000건이던 이동량이 7,334만건으로 줄어든 것이다. 거리두기 시행 직전 기간(지난달 16~20일)과 비교하면 무려 3,601만건(20.6%)이나 줄었다. 이동량 분석은 이동통신사 이용자가 실거주하는 시군구 외에 다른 시군구의 행정동을 방문해 30분 이상 체류한 경우를 이동 건수로 집계한 것이다.
국민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급증하던 확진자 수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최근 2주간 국내발생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16~29일 299.7명이었으나, 지난달 30일~이달 12일 사이에는 176.5명으로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일일 확진자 수도 239명에서 131명으로 급감했다. 감소 추세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정 결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효과는 2주 정도 기간을 두고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13일까지 수도권에 적용된 2.5단계 거리두기의 효과는 이날부터 가시화될 전망인데, 0시 기준 신규 국내 발생 확진자는 98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격상 이후 국민 여러분께서 꾸준히 거리두기 노력을 실천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내)환자 발생은 이틀째 10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며 “일상의 불편과 고통을 참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지금의 노력을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지난 2~3월 대구ㆍ경북의 유행 양상과 비교할 때 거리두기를 통한 환자 발생의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인구가 밀집되고 이동이 많은 수도권에서 유행은 언제든 전국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감염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확진자 비율도 최근 2주간 22.4%에 달한다는 점은 방역망 통제범위 바깥에서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어 언제든 전파될 수 있다는 위기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