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고사총 처형이라더니 트럼프는 '머리가 잘려...'

입력
2020.09.14 13:00
우드워드 신간서 트럼프 "김정은이 고모부 시신 전시했다"


'공포 정치'의 대명사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방식이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1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책 '격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상황을 언급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폭력적인 면을 알고 있는데, 나에게 (그런 면을) 모두 말해준다"면서 "김 위원장이 장성택을 처형한 뒤 머리가 잘린 시체를 간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계단에 전시했다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성택에게 고사총을 난사해 잔혹하게 처형했다는 것이 그간 국내에서 오르내린 설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참수 방식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이다. 2013년 12월12일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됐다. 당시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사형을 선고한 뒤 즉시 집행했다고 밝혔는데, 어떤 방식으로 처형했는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장성택을 어떻게 처형했느냐는 김 위원장의 '공포 정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당시 집권 2년차였던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도 이례적인 공개 처형을 강행해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집권 초기 권력 장악을 위해 '잔혹한 방식'을 일부러 앞세운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고사총, 기관총, 화염방사기 등 일반적이지 않은 처형 도구를 활용했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 뒤따랐다.

국가정보원이 2015년 5월 국회 정보위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보고하면서, 장성택도 같은 방식으로 처형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장성택의 처형 방법에 대해선 현재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북한이 확인해주지 않으면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정부 소식통은 14일 "북한 권력 핵심에서 벌어지는 일은 휴민트(인적정보)가 전하는 첩보로 판단해야 하고, 첩보는 여러 중복 확인을 거쳐야 정보가 된다"며 "올해 초 김경희가 건재한 게 확인됐듯이 북한이 공식 확인하지 않으면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경희는 장성택 사망 후 6년간 모습을 감춰 '독살설' '자살설' 등이 무성했으나 올해 1월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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